더불어민주당이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원자력발전 관련 예산 1813억 원 전액을 삭감한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원자력 생태계 지원용 1112억 원과 원전 수출 보증을 위한 250억 원 등이 모두 삭감됐다. 특히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332억 원) 기술 개발 사업 예산 전액 삭감으로 2028년까지 총 3992억 원을 투입하려던 국책 사업도 표류될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은 대신 과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보급 예산으로 4500억 9300만 원을 증액했다. 야당이 마구잡이로 칼질한 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내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과속 탈원전 정책 강행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린 원전 산업의 경쟁력 확보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다. 정부가 원전 지원 예산을 편성한 것도 붕괴 직전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원전 예산을 모조리 삭감한 것은 다수 의석의 힘으로 국정 발목 잡기를 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던 SMR 관련 예산 삭감은 민주당의 ‘묻지 마’식 예산 심의 횡포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더욱이 거대 야당에 휘둘리는 원전 관련 예산의 혼선은 체코·폴란드 등에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인 국내 산업계의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주요국들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달성 차원에서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탈원전을 외치던 프랑스는 지난해 14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면서 원전 회귀를 선언했다. 영국 정부도 원전 발전 비중을 현재의 16%에서 2050년 25%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는 민주당의 일방적인 원전 예산 삭감은 거대 의석으로 백년대계인 국가 에너지 정책마저 입맛대로 주무르려는 행태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과속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 생태계 붕괴 위기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국정 방해로 국내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폭거다.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민주당이 정치·이념으로 재단한 예산안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잖으면 두 차례나 원전 생태계 붕괴를 시도한 정당이란 지적을 받고 선거에서 심판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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