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도발에 대응해 아군의 대북 공중정찰 능력을 제한해온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우리 정부와 군은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후속 조치를 즉각 단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21일 오후 10시 42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을 기습 발사했다. 이와 관련, 합참은 “북한이 11월 21일 발사한 소위 군사정찰위성은 비행 항적 정보와 여러 가지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위성체는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불과 9시간이 약간 지난 이튿날 오전 8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9·19 합의 내용 중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빈 방문 중인 영국 런던에서 현지 시간 새벽에 이번 국무회의 의결 사항을 보고받고 전자 결재 방식으로 재가했다. 우리 정부는 대북 통지 등의 절차를 거쳐 이날 오후 3시부터 비행금지구역의 효력 정지를 실행했다.
1조 3항은 남북 양측이 군사분계선(MDL) 기준으로 기종 및 지역에 따라 최대 10~40㎞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낙후된 북한보다는 첨단 정찰기를 보유한 한국이 더 손해를 보는 조항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북측이 저지른 수차례의 9·19 합의 위반을 인내해왔으나 이번 위성 도발로 더 이상 합의 준수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1조 3항부터 효력을 정지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 효력 정지 조치로 국방부는 MDL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 활동을 복원하게 됐다. 특히 MDL 북측 지역에 밀집해 수도권을 겨누고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 등을 보다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이번 정찰위성이 발사 3시간 후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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