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 기능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 사고 소송에서 회사 측이 오토파일럿의 결함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잠정적인 판단을 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 순회법원 리드 스콧 판사는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한 테슬라 차량을 소유했던 교통사고 사망자 스티븐 배너의 유족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지난 17일 허용했다.
이는 소송의 원고인 스티븐 배너의 유족이 테슬라의 위법 행위와 중과실에 대해 충분한 증거를 제시했기 때문에 향후 배심원단이 테슬라의 과실을 사고 원인으로 결론지을 경우 징벌적 배상을 명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플로리다 법에 따르면 고의적인 위법 행위나 중과실이 확인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배상 금액은 수십억 달러(수조 원)에 달할 수 있다.
이 소송은 2019년 마이애미 북쪽에서 오토파일럿을 켠 채 주행 중이던 테슬라 모델3 차량이 대형 트럭의 트레일러 밑을 들이받아 운전석에 있던 스티븐 배너가 사망한 사고에 대해 유족이 테슬라의 책임을 주장하며 제기한 것이다.
스콧 판사는 이 사고를 앞서 발생한 2016년 오토파일럿 사고와 비교하며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에도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앞에서 횡단하는 트럭을 감지하지 못해 차량이 트레일러 밑으로 돌진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었다.
스콧 판사는 "피고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와 엔지니어들이 오토파일럿의 교통 감지 실패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또 오토파일럿을 광고하기 위해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을 주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테슬라의 2016년 동영상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동영상에는 (자율주행을 향한) 열망을 담았다거나 이 기술이 현재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떤 징후도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스콧 판사는 테슬라가 "제품(오토파일럿)을 자율주행으로 묘사하는 마케팅 전략"을 썼으며, 이 기술에 대한 머스크 CEO의 공개적인 발언이 제품의 기능에 대한 믿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증거를 발견했다고 했다.
향후 배심원 평결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테슬라는 지난달 말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첫 사망 사고 민사 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이번 플로리다주 재판으로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테슬라가 패소하면 이후 비슷한 소송에 계속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테슬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전날보다 2.90% 내린 234.21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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