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3일 야마구치 나쓰오 일본 공명당 대표와 회담을 가지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에 대한 중국의 독자적인 모니터링 기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야마구치 대표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이 같은 회담 내용을 밝혔다.
왕 부장은 면담에서 "중국이 독자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야마구치 대표는 전했다. 이런 요구는 그동안 중국 정부가 지속해 제기해 온 것이다.
다만 양측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양자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전략적 호혜관계'가 양국 관계에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데 공감했다.
앞서 야마구치 대표는 전날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중앙정치국 상무위원)와 만나 시 주석에게 보내는 기시다 총리 친서를 전달하고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차이치 서기는 '핵 오염수'라는 표현을 쓰면서 중국 측의 종전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구치 대표는 "재해 지역 여러분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며 후쿠시마현과 접한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있는 동물원에 중국의 자이언트 판다 대여를 제안하기도 했다.
공명당은 일본 내 정당 중에서 비교적 중국과 깊은 관계를 쌓아왔다.
최근 별세한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창가학회 명예회장은 공명당의 전신 '공명정치연맹'을 1961년 설립하고서 몇 년 뒤 '중일 국교정상화'를 제언, 1972년 양국이 국교 정상화하는 데 기여했다.
1990년대 이후로는 공명당 대표의 중국 방문 관행이 정착됐고 야마구치 현 대표도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까지는 자주 중국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의 이번 방중이 실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본 일각에서는 공명당의 친중 행보에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야마구치 대표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공명당이 오랫동안 구축한 '대중(對中) 파이프'를 살려 존재감을 발휘하고 싶은 생각이지만 공명당의 대중 중시 노선은 중국의 패권주의적 움직임을 배경으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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