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개최됐으나 재정준칙 도입 법안 논의는 또다시 불발됐다. 올해 정기국회 기간에 다룰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의 안건 43개 가운데 재정준칙 법안은 39번째다. 이 법안은 16일 1차 재정소위에 이어 이날도 다른 안건에 밀려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기재위에 계류된 재정준칙 법안은 예산편성 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1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건전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재정준칙은 세계 106개 국가에서 도입했을 정도로 국제적인 규범이다. 그러잖아도 국가 채무는 문재인 정부 5년간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400조 원 이상 급증해 1000조 원을 훌쩍 넘었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올해 말 80조 원대로 4년 연속 GDP 대비 3%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오죽하면 국제통화기금(IMF)이 9월 연례 보고서에서 한국을 향해 “재정준칙 도입을 서두르라”고 주문했겠는가.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입으로는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법안 논의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특히 확대 재정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의식해 사회적경제기본법과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는 등 몽니를 부리고 있다. 국민의힘도 ‘법안 처리’ 원칙만 반복적으로 거론할 뿐 미온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기재위 소속 여야 의원 5명은 올 4월 ‘선진 재정준칙 경험을 배운다’며 프랑스·독일·스페인 출장까지 다녀왔다. 이들은 출장 보고서에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재정 상황 및 국제 신용도에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적어놓고도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대신 여야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천원 아침밥’ ‘3만 원 교통 패스’, 달빛고속철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선심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국가 신용도와 지속 가능한 나라 미래를 생각한다면 퍼주기 포퓰리즘 경쟁을 멈추고 재정준칙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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