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 매체의 대가이고 이 영화는 마티, 당신의 걸작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마주 앉았다. 지난 13일 할리우드 DGA극장에서 아메리칸 원주민 오세이지 부족의 비극적 역사를 다룬 영화 ‘플라워 킬링 문’ 상영이 끝난 후다. 두 거장의 대담은 스콜세지 신작의 복잡한 층위를 파헤치며 오세이지 네이션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문화적 몰입을 조명한다.
“장대한 서사극이지만 내게는 할리우드 에픽이 아닌, 휴머니즘에 관한 영화다. 강한 임팩트가 남았다”고 스필버그 감독이 운을 떼었다. 30분 넘게 진행된 대담 끝에 스콜세지 감독은 “어떤 면에서는 존재하는 그대로의 삶과 세상에 대한 내 자신의 ‘공모’랄 수 있다. 세상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전부”라고 단언했다.
‘플라워 킬링 문’(영어제목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주 오세이지 부족 땅에서 석유가 발견된 후, 부족민들이 한 명씩 죽어 나가자 수사국(FBI)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나선 실화가 바탕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오세이지 부족의 관습과 그들의 언어, 음악, 와칸다 신에 대한 깊은 믿음, 묻혀 있던 파이프를 들고 내려놓은 오프닝 장면부터 시작한다. 파이프를 땅 속으로 넣으면서 석유가 솟아오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라며 영화적 대화를 시작했다. 이어 “오세이지는 ‘우연에 의해 선택된 민족’인데 석유 발견과 함께 축복이자 저주라는 아이러니가 드러난다”며 스콜세지 감독의 아메리칸 원주민 문화 접근 방식에 질문을 던졌다.
81세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뉴욕 출신의 독실한 카톨릭 신자다. 1970년대 초 파인 리지 인디언 보호구역을 찾았던 기억이 충격으로 남았다는 스콜세지 감독은 “아메리칸 원주민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는 게 관건이었다. 오세이지 부족의 중심도시인 부스카를 찾아 스탠딩 베어 추장과 오세이지 부족 생존자들을 만났는데 영화 속 ‘폭력적 묘사’를 걱정했다. 그래서 대만에서 촬영한 전작 ‘사일런스’(일본 막부시대 천주교 선교사들의 순교와 배교를 다룬 영화)를 보여주며 2시간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답했다. 이어 스콜세지 감독은 “원작은 연방수사국(FBI)의 탄생과 초대국장인 존 에드거 후버에 훨씬 더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오세이지 부족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레오가 어니스트 역을 맡으면서 서부극 장르보다는 범죄 수사극의 스토리텔링이 취해졌다. 사실 누가 그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마을 전체가, 아니 우리 모두가 연루되어 있지만 오세이지 부족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음을 보여주려 했다”며 서사의 중심을 바꾼 의도를 설명했다.
엔딩에 등장한 라디오 쇼 ‘럭키 스트라이크 아워’ 에필로그 삽입을 묻자 스콜세지 감독은 “원작(데이비드 그랜의 논픽션 ‘플라워 문: 거대한 부패와 비열한 폭력 그리고 FBI의 탄생)에서 따왔다. 당시 FBI는 선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라디오에 나갔다. TV가 있기 전에 라디오를 들으며 자란 세대에게 라디오 쇼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 사람들이 죽는 비극과 고통, 고뇌 등이 라디오 쇼의 단골 소재였다”고 답했다.
스콜세지 감독은 라디오 쇼에 카메오 출연을 한다. 그는 “이 장면은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이다. 누구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내 생각이다. 중요한 건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것, 심지어 이 영화도 엔터테인먼트라는 나름의 신념이 있다. 그래서 이 모든 일이 발생한 후 미국 대중이 상황을 떠올리거나 믿도록 유도하는 라디오 쇼 중 하나로 끝나야 했다. 그리고 쇼 중간에 갑자기 에필로그가 된다. 1936년이고 라디오 방송이라면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직접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플라워 킬링 문’은 스콜세지 감독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6번째, 로버트 드 니로와는 11번째 호흡을 맞춘 3시간26분짜리 애플 오리지널 영화다. 로버트 드 니로가 오클라호마의 목장 주인 윌리엄 해일역을 맡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세이지 부족 여성 몰리와 결혼하는 조카 어니스트 버크하트를, 제시 플레먼스가 FBI 수사요원 톰 화이트를 연기한다. 오세이지족이 부패한 후견인 제도에 종지부를 찍는 투쟁을 벌이는 몰리역은 릴리 글래스톤이 호연을 보인다./하은선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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