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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영감 괴롭히던 혹의 비밀…‘1.3mm’ 미세 내시경으로 푼다[메디컬 인사이드]

■ 임재열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2017년 침샘내시경 클리닉 개소…국내 단일기관 첫 1200례

침샘에 생긴 염증·협착 등 내시경 시술로 진단과 동시에 치료

침샘 제거 없이 타석증 치료…회복 속도 빠르고 흉터도 안 남아

식사 후 귀 밑이나 턱 밑이 아프고 붓는다면 침샘질환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이미지투데이




“침샘이 어디에 있는 줄도 몰랐는데, 침샘에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어디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기분 탓인지 시술을 받고부터 맹물도 맛있게 느껴진다니까요. ”

직장인 김모(39·남) 씨는 최근 아내와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빠졌다. 지인들 사이에서 대식가로 통했던 김씨는 재작년 이맘때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갑상선암을 발견한 뒤 입맛을 완전히 잃어버렸었다. 그는 결절 크기가 제법 커 수술을 서두르는 게 좋겠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부랴부랴 수술 일정을 잡았다. 갑상선 전체를 들어내고 방사성요오드 치료까지 받느라 숨돌릴 새가 없었다. 방사성요오드 치료는 눈에 보이는 갑상선암 덩이를 절제한 후 암세포들이 남아있다가 천천히 자라서 재발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치료법이다. 갑상선 전절제를 시행 받은 환자 중 재발 가능성이 높은 일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갑상선암 환자가 캡슐에 포장된 방사성요오드를 복용하면 갑상선 세포에 선택적으로 흡수돼 수술 후 남은 갑상선조직과 암세포를 제거하는 원리다.

몇 개월에 걸친 갑상선암 치료의 여정을 끝낸 김씨는 암을 조기에 발견했으니 운이 좋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일상에 적응하려 애썼다. 그런데 반년쯤 지나자 새로운 고민이 찾아왔다. 수시로 턱 밑이 붓고 입 안이 말라 건조감이 심해지는 등 전에 없던 증상이 생긴 탓이다. 목젖 아래 쪽에 갑상선 수술 부위 흉터가 영 거슬리던 차에 하필 턱 아래가 불룩하게 부어오르니 남들의 시선이 더욱 신경 쓰였다. 음식을 씹을 때마다 턱 밑이 심하게 아픈 것은 물론 침을 삼킬 때도 통증이 느껴질 지경이 되자 덜컥 겁도 났다. ‘또다른 암이 생긴 건 아닐까’ 불안했지만 가족들을 더이상 걱정시켜선 안된다는 생각에 혼자서만 끙끙 앓던 김씨. 갑상선암 환자들이 가입돼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례를 접하고 강남세브란스병원 침샘내시경 클리닉을 찾았다. 그는 임재열 이비인후과 교수의 권유로 침샘내시경 시술을 받고서야 자신을 괴롭혔던 증상의 정체를 알게 됐다. 암치료를 위해 주입된 방사성요오드 일부가 침샘으로 흡수돼 주변 침샘 조직이 손상되면서 염증이 생기고 구강건조증이 발생했던 것.

임재열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침샘내시경 시술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침샘은 말 그대로 우리 몸에서 침(타액)을 생산하는 기관이다. 귀의 앞쪽, 아래쪽(이하선)과 턱 밑(악하선), 혀 밑(설하선) 세 곳에 각각 한쌍씩 주타액선이 분포한다. 그 외에도 잇몸, 입술 등 입 안의 윤활이 필요한 부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소타액선이 있다. 이러한 침샘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 침샘염(타액선염)이다. 침샘염의 원인은 크게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타석(석회화 물질) 등에 의한 물리적 폐쇄로 나뉜다. 침샘의 배출량이 줄거나 정체됐을 때도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질환인 ‘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귀 밑의 침샘에 염증이 생긴 상태다. 김씨처럼 방사성요오드 치료의 부작용이나 침샘의 종양으로 인해 침샘관이 눌렸을 때 쇼그렌증후군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에 의해 침샘 염증이 반복되기도 한다. 임 교수는 “갑상선 절제 후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은 환자의 절반 가량이 침샘에 문제가 생긴다”며 “내시경 시술로 침샘관을 세척해 뭉쳐있는 점액 덩어리(mucous plugs)를 제거하고 좁아진 침샘을 넓혀주는 것 만으로도 침분비가 원활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가 소개한 침샘내시경은 지름 1.3밀리미터(mm) 정도의 미세 내시경을 침샘에 삽입해 직접 침샘관 내부를 보면서 다양한 침샘질환을 진단 및 치료할 수 있는 시술이다. 침샘에 생긴 염증은 물론 침샘에 석회화 물질이 생겨 침이 분비되는 통로가 막히는 타석증을 치료할 때도 유용하다. 침샘내시경 도입 전까지는 타석증 환자에게 소독용 가글 사용과 수분을 많이 섭취하도록 권하고, 인위적으로 침 분비를 늘려 타석이 저절로 빠져 나오도록 하는 등의 보존적 치료가 주로 시행됐다. 타석증이 저절로 호전되지 않고 이차감염이 생기거나 환자의 불편감이 심해지면 입 안 또는 경부를 절개해 외과적으로 타석을 제거해야 해 부담이 컸다. 그에 비해 침샘내시경은 흉터가 남지 않는 비침습적 시술로, 침샘을 보존하면서 입 안으로 타석만 제거할 수 있다. 회복 속도가 빠르고 기능 보존율이 높아 입원 기간도 2~3일 남짓이다. 특히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침샘관 협착은 내시경을 이용한 침샘관 성형술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임재열(오른쪽)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침샘내시경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다만 위, 대장 내시경과 비교할 수 없이 매우 가느다란 내시경을 다뤄야 하다보니 침샘내시경은 시술자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 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손에 꼽을 정도다. 타석증·침샘염 등 침샘질환 환자 수가 몇 년째 늘지 않는 건 그만큼 진단이 덜 되고 있다고도 해석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17년 3월 침샘 내시경 클리닉을 개소하고, 침샘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내시경 시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결과 최근 누적 1200례를 넘겼다. 국내 단일의료기관 기준 최다 기록이다. 임 교수는 “목 부위 등 겉으로 드러나 있는 피부를 절개하는 침샘 제거 수술이 불가피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침샘 내시경술의 발전으로 보다 정확한 진단은 물론 침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 침샘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수술 후 남을 흉터, 기능 상실 등을 우려해 고민했던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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