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의 반환점을 돈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혁신 방안을 놓고 당 지도부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위의 거듭된 ‘희생(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요구에도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친윤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혁신위 내부에서는 강경 여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혁신위가 당에 ‘용퇴론’을 공식 건의하기까지 약 1주간의 시간을 갖기로 한 가운데 양측이 온도 차를 좁히고 쇄신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혁신위 회의와 여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각각 구성원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먼저 혁신위 내에서는 당 지도부와 중진·친윤 등에 대한 ‘총선 불출마, 험지 출마’ 권고를 정식 안건으로 의결해 최고위원회의에 송부하는 시점을 두고 격론이 있었다.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은 “회의 당일 의결하자”는 의견을 낸 반면 인요한 혁신위원장 등은 “결단할 시간은 주자”고 제안했다.
논쟁이 오가던 중 김경진 혁신위원의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잘 유지하고 연착륙시키기 위한 시간 끌기용일 뿐”이라는 발언이 도화선이 돼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부 위원은 회의가 종료된 뒤 눈물을 보였고 “곧바로 혁신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차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혁신위원 3명의 ‘사의 표명설’까지 불거지자 인 위원장이 이날 이들과 긴급 회동하고 관련 내용을 일축했다. 다만 혁신위 내의 좌절감이 표출된 만큼 당이 공식 건의마저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혁신위가 조기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에서는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해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설’도 공공연히 나온다. 현재 당 쇄신을 이끌고 있는 인 위원장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의 ‘책사’이자 선거 경험이 풍부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장, 내각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구체적인 후보군까지 거론되고 있다. 표심을 움직일 가장 큰 정치 현안으로 꼽히는 ‘엑스포 개최지’ 발표일인 28일 이후로 당의 파격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는 말도 나온다.
전날 비공개 의총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자”고 발언한 성일종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혁신위의 요구를 최고위가 받을지) 그 이후의 문제”라면서도 “모든 방법이 다 고민할 수 있는 지점들”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김 대표는 ‘현 지도부 사수’ 의지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앞서 혁신위가 ‘영남 물갈이론’에 불을 지폈음에도 최근 울산 남구을 재출마를 시사하는 행보를 보였다. 또한 23일 열린 당 전국위원회에서는 경북 지역 재선인 김석기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김 대표와 친분이 있는 김 의원의 선출로 현 지도 체제에 대한 일종의 ‘안전핀’을 마련했다는 해석을 사고 있다. 현행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비대위 전환이 이뤄지는데 김 의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 전환은 무산되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최고위원 선출은) 기존 대표 체제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미로 보이고 혁신안도 받을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친윤계 이용 의원은 전날 의총에서 “비대위 없이 김기현 체제 하나로 가야 한다”고 말해 여당 지도부 체제에 대한 ‘윤심(윤 대통령 의중)’의 방향을 놓고 당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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