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었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뜯어고칠 것으로 관측된다. 환경 단체와 산업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시 IRA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2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석 참모들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때는 화석연료의 생산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이 완전히 바뀔 계획”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업적으로 꼽히는 IRA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으로 10년간 3690억 달러(약 481조 원)를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되면 전기차·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대미 투자를 확대한 한국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한 수석 참모는 “몇몇 세액공제 항목의 규모가 과소평가돼 있다”며 “우리는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고 지적하며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정책이 휘발유 가격을 급등시키고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해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선거운동 동영상에서 “미국의 에너지는 풍력발전에 의존하기 때문에 허약하고 기준 미달이며 돈이 많이 든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문팀이 꺼낼 카드로는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 관련 관료들을 대거 해고하거나 재배치하는 한편 친환경 에너지 정책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 등이 언급되고 있다. 동시에 화석연료 생산을 둘러싼 각종 규제 역시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문인 칼라 샌즈 전 덴마크 대사는 “IRA는 정부의 시장 개입에 무게를 두는 사회주의적 정책”이라며 “자동차의 연료 경제성 기준을 폐기하는 한편 휘발유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쟁을 끝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다시 한번 탈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데이비드 뱅크스 전 에너지·환경 특별보좌관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재탈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넷제로’ 정책을 미션으로 삼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이 협약에 복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한편 22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 에머슨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자 가상 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3%,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 조사는 전국 등록 유권자 1475명을 대상으로 17~20일 실시한 것으로, 지지율이 소폭 떨어진 바이든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에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