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유가족협의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참사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재판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지난 9개월간 관련 재판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단체들은 “피고인들 상당수는 제기된 혐의를 부인하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을 예견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대비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이 진행될수록 기관들이 당일 다중 인파가 운집할 것이고 이에 따라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했다는 사정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남은 재판에서도 사전 인식 여부와 미흡한 대응조치에 관한 공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형사적 책임에 중점을 두다 보니 피해 원인에 대한 실체적 원인을 명확히 규명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바뀌는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조사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아 이런 점들이 명백하게 규명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 중인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은 크게 4가지로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서 관련자 4명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등 경찰 정보라인 관련자 3명 △박희영(62)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련자 4명 △최재원(58) 용산구 보건소장 관련 재판이다.
이창민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삼각지 부근 집회 뒤 대통령 관저 부근을 들렀다가 참사에 도착한 점과 관용차에서 무전으로 112신고를 못 듣기 어려웠던 상황인 점 등 과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 대비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꼼꼼히 살펴봐야 윗선에 해당하는 책임 소재를 더 분명히 할 수 있다"며 "서울청 및 경찰청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신문도 필요한데 검찰은 신청조차 하지 않아 '꼬리 자르기'식 책임 지우기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천윤석 변호사는 "참사 이후 모든 책임자가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법적인 책임조차 추궁하지 못한다면 대단히 부정의한 결과"라며 "재판부의 엄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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