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손이 떨리는 증상인 ‘수전증’은 가장 흔한 운동장애 중 하나다. 특히 중년에 접어들면 수전증으로 인해 곤혹을 치르는 사람이 많아진다. 손떨림이 있으면 미세한 손동작이 어려워지면서 필기, 서명, 식사와 같은 일상적인 동작을 방해한다. 그 결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우울증을 겪는 등 더 큰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만약 손떨림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뇌기능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본태성 진전’에 의한 손떨림이 대표적이다. 본태성 진전이 있으면 허공에 동작을 취할 때 손떨림이 나타난다. 미세운동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회로가 비정상적으로 항진되어 떨림이 발생하는데 환자의 뇌조직을 검사하면 흔히 소뇌에서 조롱박세포 감소, 축삭 부종, 치아핵 변성 등의 신경 퇴행이 관찰된다. ‘소뇌’가 본태성 진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신경퇴행은 일반적으로 중년부터 발병해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약 15%가 신경퇴행성 손떨림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경퇴행이 더 진행되고 근력 약화로 인한 저항력이 감소하면서 증상이 악화되는데 심하면 머리, 턱, 목소리의 떨림까지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을 겪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사회활동과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일부 환자는 손떨림을 노화 현상의 일환이라 여겨 치료 받기를 체념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손떨림 증상을 충분히 완화시킬 수 있다. 손떨림의 원인은 본태성 진전 외에도 파킨슨병, 근긴장이상증 같은 기타 운동장애, 갑상선기능항진증, 전해질장애, 저혈당을 비롯한 대사장애,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하다. 따라서 신경과와 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를 통해 원인 질환을 감별하고 약물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본태성 진전 환자의 약 3분의 2는 약물치료로 증상 개선을 경험한다. 치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약제를 변경하거나 용량 조절 등으로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나머지 3분의 1 가량은 치료반응이 없거나 내성이 생겨 약물 치료만으로 증상을 조절하기 어렵다. 이 경우 떨림과 관련된 신경회로 중 ‘시상핵’을 표적해 국소적으로 조직을 변성시키거나 신경활성도를 조절하는 뇌정위수술을 실시한다. 수술은 크게 고주파 열응고술, 뇌심부자극술, 방사선수술, 초음파수술의 4가지로 나뉜다. 수술 전과 비교해 떨림 증상이 평균 70~80% 정도로 호전되고 삶의 질이 상당히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주파 열응고술, 뇌심부자극술은 두개골에 작게 구멍을 내어 전극을 삽입하고 열변성 또는 전기자극을 통해 신경을 조절하는 치료법이다. 효과는 우수하지만 침습적 수술인 만큼 드물게 뇌출혈, 감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해 뇌심부자극술을 받았다면 약 15년 주기로 교체가 필요하다. 방사선 수술은 고용량의 방사선을 신경 표적에 조사하는 방법이다. 비침습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표적 위치를 자가공명(MR) 영상으로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고 방사선의 영향으로 뇌부종 등 신경학적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치료 효과가 수개월 후 나타나므로 증상 개선 여부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가장 최근 개발된 초음파 수술은 1024개의 초음파 압전소자가 배열된 반구형 헬멧을 착용하고, 소자에서 방출되는 초음파 에너지를 표적에 전달해 조직을 국소적으로 열응고시키는 원리로 증상을 치료한다. 수술 중 실시간으로 병변의 모양, 초음파 전달 위치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서 정확도가 높고, 국소 마취만 진행하는 비침습적 수술이기 때문에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치료 효과도 즉각적으로 나타나 현재 손떨림을 치료할 때 가장 선호되는 방법이다. 단, 두개골 두께나 밀도비에 따라 초음파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초음파 수술 적합성은 두개골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통해 평가한다.
손떨림 증상을 완화하려면 일상생활 중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거나 비타민C∙E, 코엔자임Q 등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을 낮춘다고 알려진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추천한다. 건강식의 대명사로 불리는 ‘지중해 식단’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겠다. 알코올은 뇌세포를 퇴행시키므로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