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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MBO식 상장폐지 급증…"장기 경영전략 수립 유리"

상폐 위한 MBO 올해 1조엔 넘어서

단기 주가·주주 간섭·배당압박 등에

시간·비용 드는 사업은 전개 어려워

자금 조달 유리한 저금리도 큰 요인

일본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MBO를 발표한 다이쇼제약. 다이쇼제약은 7100억 엔 규모의 주식을 공개 매수한 뒤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다이쇼제약 홈페이지




최근 일본 주식시장에서 기업이 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인(MBO) 뒤 스스로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기 주가 변동이나 주주 이익 등의 부담에서 벗어나 중장기 경영·사업의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곳이 많아진 것이다. 상장이 ‘성공 회사의 표식’으로 받아들여졌던 기존 기류와는 사뭇 다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인수합병(M&A) 정보 업체 ‘레코프’의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폐지를 위해 단행된 MBO 규모는 주식 매입액 기준으로 1조 1000억 엔을 넘는다. 이는 이전 최고치였던 2020년의 3050억 엔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올해는 대형 제약 회사인 다이쇼제약이 역대 일본 기업 MBO로는 최대 규모인 7100억 엔의 주식공개매수(TOB)를 발표했고 교육 기업 베네세홀딩스도 내년 2월 초부터 상장폐지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MBO를 통한 상장폐지의 이유로 내건 것은 ‘사업 전개의 자율성 확보’다. 단기 주가 변동이나 일부 주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간섭, 배당 압력 등에 휘둘리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및 구조 개혁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다이쇼제약은 “시장 환경의 변화로 인프라 정비와 글로벌 사업 전개를 위한 타 브랜드 인수 등 대처가 필요하다”며 “모두 시간이 걸리고 큰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전면적인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베네세홀딩스 역시 저출산으로 주력 영역인 교육산업이 위축되면서 해외 사업 전개 및 디지털 전환 등 구조 개혁을 진행할 계획이다. 고바야시 히토시 베네세홀딩스 사장은 “MBO를 통한 주식 비공개화(상장폐지)로 속도와 질을 담보하고 사업 변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가에 대한 당국의 압박도 이 같은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올 3월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 미만 상장사’에 개선책을 공개·실시하도록 했다. 거래소가 기업에 PBR 개선을 강요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는 주식 매입에 드는 비용을 조달하기 쉽지만 일본은행(BOJ)이 내년 정책 방향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가미오 아쓰시 주임연구원은 “(기업들이) 상장을 유지하는 의의를 재차 추궁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MBO를 선택하는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으로 그동안 퇴출 기업이 적었던 일본 주식시장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질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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