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가 탄생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영화와 극장의 밀접한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화는 극장에서만 봐야 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는 플랫폼에서만 봐야 한다는 통념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전통 ‘콘텐츠 명가’로 꼽히는 CJ ENM은 이 같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 영화사업부가 준비하는 제작비 350억 원의 시리즈 ‘조각도시’가 제작을 확정하고 캐스팅 작업을 조율하고 있다. 배우 도경수·지창욱은 출연 여부에 대해 “긍정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작에는 드라마 ‘모범택시’와 영화 ‘범죄도시 4’를 집필한 오상호 작가가 참여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조각도시’는 향후 OTT 플랫폼에 공개될 예정이다. 공개 플랫폼과 시기는 미정이다. 앞서 CJ ENM 영화사업부가 처음으로 기획·제작한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티빙 공개가 확정됐다.
영화 제작에 전념하던 CJ ENM 영화사업부의 이 같은 행보는 본격적인 OTT 시리즈 시장 진입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OTT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영화계 인력의 유입도 활성화되면서 영화사업부의 ‘변신’ 또한 예고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개봉한 공유·박보검 주연의 영화 ‘서복(2021)’도 영화사업부가 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극장가는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다. 반면 ‘내가 죽기 일주일 전’과 ‘조각도시’는 기획 단계부터 OTT 공개를 계획한 후 제작을 확정한 작품들이다.
CJ ENM은 추후에도 자회사인 스튜디오스, 스튜디오 드래곤뿐 아니라 영화사업부를 통해서도 OTT 공개 시리즈 작품 제작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CJ ENM 관계자는 “영화 제작·배급을 통해 쌓았던 기존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CJ ENM이 투자·배급한 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일각에서는 이대로 영화 사업을 축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CJ ENM 측은 “영화 사업을 지속하면서 제작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영화 사업에서 상징성이 큰 CJ ENM 영화사업부가 OTT 시리즈 시장에 진입한 것만으로 시장에는 의미를 더한다는 평가다.
‘한 지붕’ CJ ENM 소속 티빙·tvN과 영화관 CJ CGV의 협업도 눈 여겨볼 부분이다. 티빙 오리지널 ‘운수 오진 날’은 지난 24일 OTT 공개에 앞서 17~19일 CGV에서 스페셜 상영을 진행했다.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관객들에게 영화관 상영을 호평받은 점에서 착안해 GV·무대인사 상영을 마련한 것이다.
‘운수 좋은 날’은 방송 채널인 tvN에서도 지난 20일부터 방영을 시작했다. 첫 방송의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평균 4.1%로 양호한 시작을 보였다. 티빙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 공개하면서 이용자들을 OTT로 끌어들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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