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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도 망가뜨려줄게” 자녀 '수능 부정행위' 적발 교사 찾아간 학부모의 정체

뒤늦게 사과문 올려…"협박 의도 없었다" 해명

수험생을 기다리는 학부모들. 본문과 직접적 연관 없음.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던 중 부정행위로 적발된 수험생의 부모가 감독관이 근무하는 학교를 찾아가 “네 인생도 망가뜨려 주겠다”며 위협하는 소동이 벌어진 가운데 경찰대 출신 변호사이자 스타강사인 이 학부모가 직접 사과 입장을 밝혔다.

‘형사법의 제왕’으로 불리는 학부모 A씨는 27일 자신이 운영하는 경찰공무원 카페에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제 의견을 내면 피해 본 선생님에게 2차 가해가 될까 봐 의견을 낼까 말까 계속 고민 중”이라며 "해당 선생님에게 죄송함뿐이고 합의가 되면 좋고 아니더라도 공탁을 통해 조금이나마 잘못을 뉘우치고 싶다"는 취지로 글을 작성했다.

수능이 끝난 다음 날(17일) 해당 감독관 교사의 학교에 찾아간 학부모는 “교직에서 물러나게 하겠다”며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어 A씨도 교사 근무지를 찾아가 “(난) 변호사다. 우리 아이 인생을 망가뜨렸으니 네 인생도 망가뜨려주겠다”며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사노동조합 관계자“경찰대 출신이기 때문에 감독관 근무지, 이전 근무지를 알수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A씨는 “선생님의 근무지를 불법적으로 안 사실이 없다”면서 감독관의 이름은 수험생인 딸이 명찰을 보고 기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관이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사라고 추측해 해당 교육청 근처 중·고등학교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해당 교사의 글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전근 간 상황이었다.

A씨는 "교육청에 가나다순으로 나와 있는 (각) 중학교 행정실(로 연락해) '(감독관) 교사 있냐'고 물었더니 알려줬다"며 "검색을 통해 해당 학교를 찾았다. 짧은 시간 내에 내부 정부를 통해 알아냈다고 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시민들이 수험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노조에 따르면 서울의 한 학교에서 지난 16일 수능 시험을 치르던 한 수험생이 시험 종료 벨이 울리고 마킹을 하려고 해 감독관에게 부정행위로 적발됐다. 그러나 A씨는 딸이 종료 벨이 울린 후 답안을 작성한 일이 없다면서 “부정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딸이 억울하다고 하고 종료령 '띠띠띠띠' 타종 중 '띠'에 해당 감독관이 손을 쳤다고 주위에 있던 학생 3명이 진술해 줬다. 이건 이미 교육부 부정행위 심의위원회에 내용 증명으로 보냈다"며 "종료령 후에 필기구를 내려놓는 동작을 교사가 오인해서 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의 사후 진술서와 제 딸의 진술서, 답안지를 비교해 보시면 어떤 게 정확한지 판단할 수 있다. 해당 답안지를 육안으로 봐도 교사가 (딸의) 손을 쳐서 (펜을) 옆으로 그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과수에 의뢰해서 확인하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A씨는 "협박과 명예훼손은 너무 과한 것 같다. 요즘 세상에 변호사가 무슨 대단한 자리겠냐. 그걸 모를 사람도 아니다"라며 교사에게 '변호사'라는 말을 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그는 "딸이 해당 교사를 찾아갔고 다행히 교사가 만나 주신다고 해서 딸이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는 법률적으로 어려운 얘기를 딸이 하기 어려우니 저보고 같이 가달라고 했다"며 "저는 부정행위자 처리 규정 제6호 종료령 후의 작성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다. 변호사의 신분을 노출한 것은 '고의'와 '과실'을 구분하기 위해 꺼낸 단어이지 변호사의 지위를 이용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A씨는 재차 협박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B교사가 놀라셨는지 ‘협박하는 거냐’ 했고 저는 '그런 게 아니고 자식 문제이므로 끝까지 다툴 수밖에 없다'고 한 부분이 와전된 것 같다"며 "이 부분은 백 번 양보해도 제 잘못인 것 같다. 사후 소송을 통해서 구제해 봐야 불합격된 것이 합격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고 돈으로 보상받는다던데 그 부분이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학교에 찾아갔다.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수험생들이 16일 전북 전주시 한 고등학교 고사장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 제공=전북도교육청


마지막으로 A씨는 "1인 시위가 제일 잘못한 것 같다. 아내가 답답한 마음에 교육청과 교육부에 문의해 봤는데 '담당 교사 3명의 합의가 있으면 끝'이라고 하셨다"며 "그래서 아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수능을 구제받기 위해 1인 시위를 했다.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하는 거라 괜찮다고 생각해서 집에 있는 상자 뒷면에 글을 써서 대략 30분 정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성실히 조사받겠다. 다만 음주 운전과 음주 운전을 하려 한 행위(부정행위 의사조차 없었다)를 꼭 구별해주시길 바란다"며 "저와 아내는 몰라도 딸의 부정행위만은 바로 잡아 주시길 바란다. 교사에게 죄송하고 다시는 1인 시위나 찾아가는 모든 행동을 못 하도록 하겠다. 부모의 심정이 너무 과한 것 같다. 죄송하다"고 적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 측의 요청으로 감독관에 대해 경호 등 신변 보호 조치를 취했다. 다만 학부모의 1인 시위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한다.

장대진 서울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교육부에서 만든 수능 감독관 매뉴얼에 감독관이 학부모로부터 공격받았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적혀 있지 않다. 경호 서비스는 교권 침해 시 받을 수 있는 것이며 교육부 차원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수능 감독을 맡으면 당일 최대 11시간10분 근무하며 최장 410분 감독하지만 해당 교사와 같은 사례에 대해서는 보호 대책이 없다"며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감독관과 수험생은 매뉴얼에 따라 경위서를 적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제출해야 하며 교육부에 설치된 '수능 부정행위 심의위원회'가 제재 정도를 심의한다. 심의위원회는 수능 성적 통지 전까지 당사자에게 심의 결과를 통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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