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0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13.9배 달하는 택지를 매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택지 매각으로 올린 수익은 78조에 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LH 공공택지 매각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LH가 대규모의 택지를 지난 10년 간 매각해 장기공공주택 공급을 포기했다며 LH의 주택개발업무를 중단시키고 3기 신도시의 대규모 공급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발표는 경실련 ‘2013.01~2023.08 LH 공공택지(공동주택 부지) 매각 현황 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LH는 지난 10년 간 공공택지 중 공동주택지 약 1220만 평(40㎢)를 매각해 78조 원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매각한 부지는 임대주택부지 면적 103만 평(4조 원)과 분양주택부지 1117만 평(74조 원)으로 구성됐다.
정택수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임대주택용지가 많이 팔린 것은 아니지만 이마저도 팔아버렸다는 것은 LH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얼마나 도외시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강남구 면적보다 0.5㎢ 가량 큰 매각 공동주택지에 200%의 용적률을 적용해 장기공공주택을 지었을 경우 82.6㎡(25평) 주택 총 97만 6000 세대를 공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중 임대주택부지 면적 103만 평에 용적률 200%를 적용하면 약 10만 채 이상의 공공임대주택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경실련의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장기공공임대 주택이 충분했다면 최근의 전세사기에 이렇게 수많은 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공임대주택이 절실한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97만 6000 채가 LH의 ‘땅장사’로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광역지자체에서 팔린 택지는 경기도가 639만 평으로 가장 컸다. 이는 50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기초지자체의 경우 경기 화성(9조 원), 인천 서구(6조6000억 원), 경기 하남(5조 6000억 원), 경기 파주(5조3000억 원), 경기 고양(5조2000억 원)의 순이었다.
경실련은 현재 정부가 내놓은 LH 공공주택 재고량은 133만 채지만 실제 무주택 시민이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는 장기공공주택은 73만 채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LH가 매각한 부지에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장기공공주택을 지었을 경우 재고량 170만 채가 확보된다는 것이 경실련의 입장이다.
경실련은 “10년 간 매각된 택지 중 임대주택 부지의 면적은 103만 평이며 매각금액은 4조 원이다”며 “임대주택용지를 매각했다는 것은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LH가 공공택지를 팔지 않고 보유했다면 공공주택 보유량과 함께 공공자산도 증가했을 것으로 경실련 조사 결과 확인됐다.
경실련이 가격 파악이 용이한 아파트 부지만을 골라 토지가격 상승 현황을 확인한 결과 총 61조원에 매각한 아파트 부지가 2023년 11월 현재 99조원으로 올라 62%의 상승률을 보였다. 최초 공급가격에서 가장 큰 상승액을 기록한 곳은 화성동탄2로 4조 8000여억 원 올라 1위를 차지했으며 위례가 3조 4000억 원(135%), 행정중심복합도시가 3조 4000억 원(127%), 하남미사가 3조 원(178%) 올라 그 뒤를 이었다.
경실련은 “LH는 토지수용권, 독점개발권, 용도변경권 등 3대 특권을 활용해 확보한 택지를 국민을 위해 활용하지 않고 민간에 매각해 수익을 올려왔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과 경실련은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된 LH 혁신안을 내놓으라면서 △대통령이 공공택지·공공자산 매각 전면 중단 지시 △원가주택·역세권첫집주택·장기공공임대주택 등 서민 위한 공공주택 공급약속 이행 △LH 주택개발업 중단하고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급정책 전면 재검토 △부실시공 근절 및 건설안전을 위해 경실련 시민제안 10개 정책 제도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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