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웹툰 분야 정부 지원시스템이 중앙정부 주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만화·웹툰 분야 유일한 전문기관은 경기도 부천시 산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었는 데, 이 기관이 지난해 ‘윤석열차’ 논란으로 주요 지원기관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27일 서울 마포구 재담미디어에서 열린 만화·웹툰 산업 현장간담회에서 “현재 거의 모든 드라마나 영화의 원천 콘텐츠로서 만화·웹툰이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국가·정부가 나서서 본격적으로 이 분야를 진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한다”며 “직접 기구도 키우고 진흥위원회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는 정부가 기초 단체에 지원금을 주고, 기초 단체에서 공고하면 광역 단체가 응하는 기현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다시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주축으로 만화 분야 지원 정책을 펼쳐온 것을 중앙정부 주도의 지원 형태로 바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그 이름과는 달리 기초 지자체인 부천시 산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문화 관련 진흥원이 주로 중앙정부인 문체부 산하인 것과 차이가 있다.
이는 그동안 만화 분야에 대한 부천시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만화와 웹툰 산업의 규모가 커진 가운데 이를 중앙정부가 관할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윤석열차’ 카툰 논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한 내년도 예산이 크게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만화 지원 예산은 대략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110억 원씩 총 220억 원이 배정됐다. 예산 자체는 문체부도 인정하듯이 개별 콘텐츠로는 정말 작은 규모다.
내년도 예산에서는 만화영상진흥원에서 40억원 가량 줄고 이것이 콘텐츠진흥원으로 옮겨진다. 콘텐츠진흥원이 전반적인 콘텐츠를 모두 담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 나아가 별도의 만화 관련 진흥위원회가 생길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날 윤양수 문체부 콘텐츠국장도 “내년부터는 과감하게 국가 단위에서 문체부가 끌고 가겠다”며 “연말까지 만화·웹툰 발전안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인공지능(AI)과 불법 웹툰 단속 등 업계의 현안 해소를 위해 정부가 힘써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이현세 작가는 “개인적으로 ‘AI 이현세’를 진행하면서 나중에도 ‘AI 이현세’가 작품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며 “다만 이는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으로, 원로 작가든 중견이든 신인이든 최소한 자기 스타일의 그림을 가진 사람이 원하면 언제든지 AI를 조수처럼 쓸 수 있도록 만화·웹툰 AI 센터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또 박정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총괄대표도 “AI 기술 활용을 위한 데이터 수집, 모델링 등을 위한 정부지원과 AI 관련 저작권 쟁점들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그린 주동근 작가는 “웹툰 지적재산(IP)을 성공시킨 작가가 성공해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면 자연스레 이 산업이 커질 것”이라며 “불법 만화 사이트 때문에 작가에게 가는 돈이 새는데, 이렇게 불법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막아줬으면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은 “웹툰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확실히 정립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제만화·웹툰페스티벌이나 시상(어워드) 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이들 사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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