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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불만에 좌표 찍고 인신공격…‘판사 보호’ 공론화되나

12월 4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대책 논의

진영에 따라 ‘신상 털기’ 등 도 넘어

판사들 위축시켜 사법부 독립 침해

“명예훼손으로 엄단해야” 주장도





재판 결과나 판결 내용에 불만을 품고 담당 재판관을 향한 비난이 과도해지자 판사들이 대책 마련을 논의하기로 했다. 사법부 내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향한 이른바 ‘신상 털이’ 등 인신공격이 판사들을 위축시키는 등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판사들 사이에 사법부가 나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2월 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제2회 정기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안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장 자문 기구로 전국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모인 공식 회의체다. ‘과도한 공격으로부터 사법원 독립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 촉구’에 관한 의안은 전국법관대표회의 구성원인 판사들의 발의로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재판 자체에 대한 논리적이고 정당한 비판을 넘어 법관 개인을 과도하게 공격하고 심하게 비난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더 잦아지고 공격의 정도도 심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개별 법관이 직접 나서 부당한 공격에 대응하기는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사건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잇따른 사건들로 판사들 사이에서도 제도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법원의 판결과 결정을 두고 법관 개인을 과도하게 공격하고 심하게 비난하는 ‘신상 털이’가 잦아지고 있다. 올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유 판사를 비난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과 근조 화환이 한 달 넘게 세워졌다. 사법부를 비난하는 내용은 물론 유 판사를 겨냥한 ‘사망’ ‘정치 판사’ 등의 내용이 적나라하게 적혔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사건일수록 재판관을 비난하는 강도도 더 심각해진다는 게 판사들의 내부 진단이다. 앞서 2019년 1월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진보 진영으로부터 ‘적폐 판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성 전 판사는 재판 뒤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과 관련해 영장 전담 부장판사들은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부터 ‘판레기(판사+쓰레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판사에 대한 ‘신상 털이’ ‘좌표 찍기’와 욕설이 난무하는 등 상황이 더 심각하다.

법조계에서는 판사를 비난하는 현상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판사에 대한 신상 털기와 인신공격은 재판 독립을 저해하는 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법관이라는 신분 때문에 당사자가 직접 대응에 나서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관 개인을 향한 도를 넘어선 비난과 비방은 명예훼손 등 범죄로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사법부도 판사들을 향한 도 넘은 비난 행위에 대응하고 나섰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법원 앞과 강남역에 유 판사를 비방하는 현수막을 게시한 보수 시민단체를 옥외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동안 판사의 판결을 비판하는 언론 인터뷰나 현수막을 거는 행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법원행정처는 당분간 추가로 게시되지 않을 경우 취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법원행정처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번 회의에서 법원행정처에 법관과 사법권의 독립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연구와 도입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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