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 막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광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에 대해 “동물의 왕국”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설치는 암컷”이라는 발언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행사 사회자가 국내 정치 상황을 소설 ‘동물동장’에 비유하자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해당 발언이 미칠 파장을 우려해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부적절한 언행은 관용 없이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으나 정작 논란을 일으킨 최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건 민주주의야, 멍청아!(It’s Democracy, stupid!)”라는 글을 올려 냉소했다. 최 전 의원은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도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만약 그런 뜻이라면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최 전 의원의 발언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해악일 뿐이다.
정치인의 언어는 바르고 정직해야 한다. 정치인이 일부 강성 팬덤에 기대 극단의 표현으로 혐오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고도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아 정치에 대한 불신을 깊게 만들거나 국민들이 정치 참여를 주저하게 해서도 안 된다.
정치인의 언어는 우리 사회의 의식과 수준을 반영한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며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만큼 정치인의 언어는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늘 신중함이 요구된다.
정치인이 품위 없고 민망한 언어로 상대방을 경멸하고 모욕하고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대화와 타협이 아닌 갈등과 혐오만 조장하는 정치인의 언어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다.
23일에는 국회에서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시상식’이 열렸다. 국회 내의 공식 발언을 분석해 품격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정치인을 선정해 시상을 하는 자리였다. 정치인에게 품격 있는 언어는 특기가 아닌 기본인데 막말과 극단의 언어가 홍수를 이루면서 정치판이 혼탁해지다 보니 바른 말을 하는 정치인이 돋보이고 상을 받는 세상이 됐다. 이렇게 된 원인은 정치인들이 극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자극적인 언어로 경쟁해온 탓이 크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다 보니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고 외면하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품격을 지키며 타협하도록 건전한 대화의 장을 만드는 데 여야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정치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여야 구분 없이 정치인의 언어가 금도를 넘지 않도록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품격 있는 대화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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