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이상의 세균에 감염됐을 때 감염된 세포가 어떠한 방식으로 염증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원리가 밝혀졌다.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이나 복합적으로 유행하는 멀티데믹(multidemic)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이 대학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팀은 병원체 연관 분자(PAMPs) 네 가지를 조합해 면역 세포인 대식세포(macrophage)에 염증 반응을 유발시켰다. 염증 소체(inflammasome)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염증성 세포 사멸 경로(inflammatory cell death)를 분석하고 그 연관성을 밝혔다.
이상준 교수는 “‘병원체 연관 분자’는 바이러스, 세균, 진균, 기생충 등 감염성 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에서 유래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분자다”며 “병원체 연관 분자를 분석하기 위해 ‘네 가지 병원체 연관 분자를 동시에 처리한 실험군’과 ‘한 가지 분자만 처리한 대조군’으로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분자만 처리한 대조군은 대식세포 안에서 병원체 연관 분자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는 단일 선천 면역 센서에 의해 염증성 세포 사멸인 파이롭토시스(pyroptosis)만 유발됐다.
반면 실험군의 경우 각 병원체 연관 분자를 인식하는 네 가지 선천 면역 센서가 모두 활성화돼 위험신호를 인식하는 단백질 복합체인 염증 소체(PANoptosome)가 형성됐다. 이를 통해 세포 스스로 죽는 아포토시스(apotosis), 세포가 괴사하는 네크롭토시스(necroptosis) 그리고 파이롭토시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즉, 염증성 세포 사멸 세 가지가 하나의 염증 소체에서 매개되어 동시에 발생하는 파놉토시스(PANoptosis)를 관찰했다.
즉, 여러 병원체가 동시에 감염됐을 때 각 병원체를 인식하는 선천 면역 센서가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염증 소체 파놉토솜(PANoptosome)을 이루고, 동시다발적 염증성 세포 사멸 경로인 파놉토시스를 유발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네 가지 병원체 연관 분자에 의해 형성된 염증 소체가 작은 입자의 형태로 세포 밖으로 방출되는 것 또한 확인했다. 방출된 세포는 다른 대식세포에 흡수돼 정상 세포까지도 공격할 수 있는 사이토카인 분비를 유발했다.
제 1저자 오수현 학생은 “방출된 염증 소체는 천식, 알츠하이머병,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같은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세포 작용 원리는 위 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작용과정을 동물 쥐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방출된 염증 소체를 쥐에 주입했을 때, 쥐의 몸무게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세포 사멸과 연관성이 있는 유전자를 억제하거나 제거한 쥐는 몸무게가 감소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독감 동시 유행인 트윈데믹(twindemic)과 더불어 감염병 복합 유행이 멀티데믹(multidemic) 연구에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성균관대 기초의학대학원 김대식 교수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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