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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문화강국 이끄는 유년기 예술 경험

박은실 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인류 역사상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위대한 시대는 정치와 경제가 발전되고 시민 의식이 성숙한 사회에서 성장했다. 경제적·사회적 자본을 넘어 ‘문화 자본(cultural capital)’이 축적돼야 문화 강국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자본의 형태’에서 문화 예술에 대한 교육의 접근권, 생산물의 향유 능력을 ‘문화 자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문화 자본이란 개인을 둘러싼 환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한 예술·인문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취향이 사회 전반에 축적된 힘을 말한다.

특정 지역과 시기에 문화 자본이 집적되면 창의성이 폭발하는데 19세기 파리 시각예술의 황금시대, 20세기 빈의 음악과 세기말 예술, 1차 대전 이후 바이마르공화국의 베를린, 20세기 후반의 뉴욕은 다양한 예술의 혁신을 주도해냈다. 그 배경에는 문화 기반 구축, 창조 인력 집적, 개방성과 자유로움, 기술 혁신, 예술 시장 활성화, 성숙한 시민사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부르디외는 문화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는 유년기의 예술적 경험이 가장 중요하며 경제 격차가 문화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문화적 양극화 해소와 문화 다양성 증진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년기 문화 예술의 경험은 아동의 창의성 발달과 인지·정서적 발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여러 분야와의 협력적 창의성은 혁신적 사고와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해 미래 인재로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초등 정규 수업 전후로 돌봄이 필요한 어린아이들을 위해 보육과 돌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늘봄학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 돌봄의 틈새 시간에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가장 즐겁게 참여할 수 있고 더 필요한 분야는 바로 문화 예술이다. 특히 유아와 저학년 아동의 학습을 위한 가장 좋은 도구는 비구조화되고 상호작용적인 연극·무용 등의 창의적인 놀이 방법에 있다. 이러한 예술의 특성을 살려 올해 시작된 ‘늘봄예술학교’ 사업은 저명 예술가와 전문 예술 기관이 협업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아이들이 양질의 문화 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더 많은 늘봄예술학교 지원을 통해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를 이끌어갈 미래 세대인 아동들에게 양질의 문화 예술 교육이 차별 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현시점에서 유년기 아동들의 문화 예술 교육은 개개인의 창의성을 길러줄 뿐 아니라 국가의 문화 자본 축적에도 영향을 미쳐 문화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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