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1991년 자국의 홍콩 소재 회사 명의로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소련제 항공모함을 2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마카오에 해상 카지노를 만들겠다는 게 명분이었다. 하지만 중국군은 이 항모를 다롄의 군 조선소로 옮겨 소생 작업을 벌인 뒤 랴오닝함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에 실전 배치했다. 중국이 미국의 항모 전단에 맞설 전력 확보에 첫발을 뗀 순간이었다. 7년 뒤인 2019년에는 후속함인 산둥함까지 실전 배치했다. 하지만 랴오닝함과 산둥함은 부족한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함재기 이륙이 스키점프대 방식이어서 캐터펄트 방식(항모 갑판에서 함재기를 쏘아 올리는 방식)의 미 항모보다 효율이 떨어졌다.
중국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세 번째 항모인 푸젠함 건조에 돌입했다. 푸젠함은 전기를 사용해 함재기를 갑판에서 쏘아 올리는 전자기 캐터펄트 방식을 채택했다. 배수량은 8만여 톤으로 10만 톤급인 미국 항모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산둥함보다는 1만~2만 톤 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달 19일 상하이 장난 조선소에 정박해 있던 푸젠함이 부두에서 27m가량 이동했다가 복귀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중국이 푸젠함 건조를 마치고 해상 시험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은 푸젠함에 이어 또 한 척의 항모를 건조해 최소 4개의 항모 전단을 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도 이즈모함과 가가함을 향후 3~4년 내에 경항모로 개조하고 2030년 중반까지 배수량 7만 톤급 항모 2척을 건조해 총 4척의 항모를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이 항모에는 스텔스기인 F-35B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경항모 도입을 두고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국·일본에 대응하려면 경항모가 필수라는 견해도 있지만 항모 운용을 위해서는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동북아 해상의 주도권을 두고 군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만큼 우리도 주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국방력 강화에 한 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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