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값이 23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도 매물이 쌓이며 28주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 전환했고 강남 지역은 하락세가 더욱 커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여전히 금리가 높은 수준인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당분간 집값이 상승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30일 한국부동산원이 11월 넷째 주(2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하락하며 지난주(0.00%) 대비 하락 전환됐다. 6월 셋째 주 이래 지속된 상승세가 23주 만에 꺾인 것이다.
전국 집값이 약 반년 만에 다시 하락한 데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고금리 기조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큰 폭의 하락 뒤 잠깐 상승, 그리고 다시 하락하는 ‘더블딥 현상’으로 보인다”며 "오늘 한국은행이 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이미 금리가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7개월 연속 동결했다.
전국 집값이 꺾인 가운데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0.01%→-0.01%)은 5월 다섯째 주 이후로 26주 만에 하락 전환했고 서울(0.03%→0.00%)은 5월 셋째 주 이후 28주 만에 보합 전환했다. 지난주 보합이던 지방도 0.02% 하락했다.
서울은 강북 14개 구와 강남 11개 구 전체 모두 보합 전환됐다. 특히 강남구는 -0.02%에서 -0.04%로 하락세가 더 커졌고 서초구(-0.02%)도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급매물 위주로 매수 문의가 존재하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낮아졌다”며 “거래가 감소하고 관망세가 깊어지는 가운데 매물이 누적되며 매도 희망가가 하락 조정되면서 서울 전체가 보합세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아파트값도 지난주 0.02%에서 0.00%로 보합 전환했다. 인천은 -0.05%에서 -0.07%로 하락 폭이 커졌다.
반면 매매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전세 가격은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08% 오르며 지난주(0.10%) 대비 상승 폭은 다소 줄어들었다. 수도권(0.16%→0.14%) 및 서울(0.17%→0.16%)도 오름폭이 줄었고 지방(0.03%→0.03%)은 상승 폭이 유지됐다.
서울 전세 시장의 경우 양천구(0.34%)는 목동과 신월동 학군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동작구(0.26%), 광진구(0.25%), 송파구(0.23%) 등에서도 전세 가격 상승 폭이 서울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전세 시장은 고가 매물의 경우 계약 성사를 위해 하향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학군지 및 선호 단지 위주로 거래·매물 가격의 상승이 유지되고 있다”며 “매매 관망세에 따른 일부 전세 수요 전환 등 혼조세 속 상승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능 이후 학군지 또는 주요 선호 단지에서는 전세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는 15일 전세 보증금 15억 4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거래됐다. 한 달 만에 1억 4000만 원 오른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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