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는 성냥갑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 든 성냥이죠."
"전쟁 전에 나는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난 뒤로 내가 더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29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신촌극장에서 시민 삼십여명의 목소리를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울려퍼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일시적 휴전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11월 29일)을 맞아 전 세계에서 진행된 「가자 모놀로그」 낭독회에 동참한 국내 극단 3곳을 만나봤다.
이날 오후 3시 런더앤싸이트닝·안티무민클럽(AMC)·지금아카이브 등 공연예술단체 3곳은 「가자 모놀로그」 낭독회를 주최했다. 「가자 모놀로그」는 가자지구의 청소년들이 자신이 경험한 전쟁에 대해 남긴 증언이다. 제1차 가자지구 전쟁(2008~2009년)이 중단된 후 팔레스타인의 독립극장인 아슈타르 극장이 청소년 31명의 전쟁 이야기를 하나의 독백극으로 엮어내 주목을 받았다.
아슈타르 극장은 지난달 이팔 전쟁이 발발한 뒤 무력 충돌에 반대하며 세계 전역의 공연예술인에게 11월 29일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에 「가자 모놀로그」를 공개 낭독 및 상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AMC 등 극단 3곳은 이날 오후 3시 시민들과 함께 돌아가며 대본을 읽는 시간을 가진 뒤 오후 8시에 이스라엘 대사관 맞은편으로 이동해 강추위 속에서 2차 낭독회를 진행했다.
이날 AMC 관계자는 "10월 전쟁이 시작된 뒤 연극인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의 상황에 관심을 갖고 개인적으로 평화 시위 등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늘어났다"며 "이번 집단 행동에 대해 알게 된 뒤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언어로 번역된 「가자 모놀로그」는 이번에 극단 관계자 및 번역가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한국어판이 추가됐다.
시민단체나 사회단체가 아닌 '극단'이 국제 분쟁에 관심을 가진 이유에 대해 AMC 측은 "연기라는 행위는 나와 타인의 경게를 무마시키고 공감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작업"이라면서 전쟁이나 기후 위기 등 범지구적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AMC 측은 "가자지구 내에서 고립된 청소년들의 상황은 언론 탄압 등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는다" 면서 전세계 예술계의 참여를 통해서라도 전쟁에 대한 문제의식이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정적인 뉴스를 듣다 보면 피로감 때문에 피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각자 할 수 있는 선에서 기억하고 지지하는 행위는 절대 무의미하지 않다"면서 "시민들 개개인이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것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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