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내우외환’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이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세 시간가량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했지만 당론 채택에는 이르지 못했다. 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의원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대의원제 축소와 공천룰 변경 문제를 둘러싼 난상토론도 진행됐다. 이 모든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이재명 대표는 침묵한 채 의원들의 의견 청취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의 입장은 거의 반반이었다”며 “연동형을 얘기한 사람도 있었고 권역별이라면 지역 구도 타파를 위해 병립형도 괜찮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 좀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병립형이 대선 공약 파기라는 지적에는 “약속을 파기할 경우에는 합당한 이유나 사과가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대국민 사과를 전제로 한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의총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해 공약 파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석열 정권 중반부와 함께 맞이하는 22대 국회에서 대정부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과반 의석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병립형을 포기하고 연동형을 선택할 경우 민주당이 20~30석 정도 의석수를 손해 본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한 의원도 있었다.
반면 연동형 유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선거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민심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당초 ‘불체포 권리 포기’ 약속을 뒤엎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하며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적이 있는 만큼 또 한 번 공약을 뒤집게 된다면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연동형을 유지하는 대신 범야권 비례 연합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이 대표는 이 모든 의견을 조용히 경청했다.
이날 의총은 선거제를 집중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지만 대의원 권한 축소 및 선출직 공직자 평가 기준 변동 문제를 언급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사항을 12월 7일 중앙위원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박용진 의원은 “시스템 공천은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총선기획단에서 이를 뒤집는 결정을 하고 찬반투표만 하려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의원제도 마찬가지다. 당내 이견이 많은데 일방적인 개정은 안 된다”며 “대면 중앙위를 소집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당의 분열도 없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