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2년 4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30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 통계 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4%(속보치) 상승했다. 이는 전월(2.9%) 대비 둔화해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치(2.7%)를 밑도는 결과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11월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10월 4.2%에서 11월 3.6%로 둔화했다.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가 내년 봄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많이 둔화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ECB가 빠르면 내년 4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했다. 앞서 ECB는 지난해 7월부터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다가 올 10월 처음 동결했다.
시장과 달리 ECB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최근 “지금은 승리 선언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계속 주의를 기울이면서 물가 안정 책무에 확고하게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CB는 물가 목표를 2%로 잡고 이에 도달하는 시점을 2025년 말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책 결정자들의 이 같은 ‘선 긋기’와는 무관하게 시장의 전망은 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케닝엄 수석연구원은 “물가상승률이 크게 하락하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ECB가 흐름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의 매튜 랜던 전략가도 “인플레이션 하락과 경기 둔화로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ECB의 금리 인하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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