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3분기까지 총 38조 70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53건의 투자 관련 애로 중 28건에 대해 해결 방안을 확정하는 성과를 이뤘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일선 기업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10대 제조 업체들은 연초 올해 설비투자 목표를 연간 100조 원으로 제시했지만 올 3분기까지 66%만 실제 집행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설비투자액이 100조 원가량이던 지난해 수준에도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의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제조업 설비투자실행 BSI는 91로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 설비투자는 더 뒷걸음칠 수도 있다. 10월 생산·소비·투자 등 산업 활동을 보여주는 3대 지표는 석 달 만에 ‘트리플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전 산업 생산은 2020년 10월(-1.8%)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행은 올 2월 이후 7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며 통화 긴축 기조를 6개월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하면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설비투자 없이는 성장도, 고용도 살아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규제 혁파를 약속했지만 거대 야당의 비협조, 일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에 막히면서 일선 기업들은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의 등 경제계가 노동·환경·신사업 등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자주 읍소하는 이유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 규제 혁파를 서둘러야 한다. 우선 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현장 소통을 강화해 기업 애로점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유치를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 것처럼 획기적인 규제 완화책도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 개혁, 법인세·상속세 완화 등 세제 개혁 등을 통해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저성장 위기 탈출의 근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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