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전격 사퇴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려던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다. 민주당은 지난달 9일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철회로 무산된 데 이어 또 한 번 허를 찔렸다. 민주당은 이날 이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탄핵 회피용 꼼수”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꼼수’ 운운하지만 지난달 첫 탄핵안을 꼼수로 철회했던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게다가 민주당은 두 번째 이 위원장 탄핵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복붙(복사해 붙여 넣기)’ 방식으로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한다고 써냈다가 철회해 다시 제출하는 황당한 일까지 저질렀다. 탄핵 폭주 외에도 입법 폭주를 해온 민주당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노란봉투법·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대결과 독선”이라고 비판한 것도 어불성설이다. 양곡관리법·간호법에 이어 쟁점 법안들을 숙의 없이 강행 처리해 또다시 거부권을 쓰게 만든 것이 외려 대결과 독선이다.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는 탄핵안 통과 시 수개월간 직무 정지로 방통위 마비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 끝에 내린 고육지책이자 선제 대응이다. 국회의 행정 부처 수장에 대한 탄핵은 행정 차질을 빚는데 특히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위원장이 탄핵소추 되면 의사 결정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여소야대(與小野大) 체제에서도 장관급 인사 탄핵 추진은 절제돼왔는데 민주당은 이런 관례를 깨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였다. 이 위원장의 사퇴로 1인 체제가 된 방통위는 일단 식물 상태가 됐다. 윤 대통령은 새 위원장 임명 절차를 밟아 업무 공백 최소화를 시도할 것이다.
다시는 방통위가 대립 정치의 제물이 되지 않게 하려면 여야가 3대2로 분점하는 위원회 체제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로 인한 행정 공백 장기화의 피해를 막으려면 최장 180일이 걸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수당이 무분별하게 탄핵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국회법 등 법률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또 유권자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의회에서 힘자랑을 하는 정파에 대해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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