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 공습을 재개하면서 민간인 피해도 재차 급증하자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도 국내 여론 악화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마저 영향이 우려되자 고위 당국자가 민간인 보호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이스라엘이 민간인 사망자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하마스와 전쟁에서 ‘전략적 패배’를 당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인을 적의 품으로 몰아넣으면 전술적 승리를 얻을지언정 전략적으로 패배한다”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개인적으로 이스라엘 측에 민간인 사상자 발생을 피하고 무책임한 레토릭을 남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며 계속해서 민간인 보호, 구호품 반입을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의 발언은 그간 미국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내 민간인 인명 피해에 대해 비공개로 경고해 온 것과 달리 공개 석상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민간인 피해가 계속 증가하면 지원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여론 상황이 악화하면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선거에 영향이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네소타·미시간·애리조나·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플로리다주 무슬림·아랍계 지도자들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 낙선 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주는 대선 결과에 영향력이 큰 대표적 ‘스윙 스테이트’로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이들 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해 온 아랍계·무슬림의 분노가 커지면서 재선 전망이 더 어두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칸유니스·라파 등 민간인 피란민들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를 공습했으며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도 공습이 벌어져 피란민 수십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상 작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남부에는 주민 230만 명 중 3분의 2가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간) 교전 재개 이후 최소 2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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