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학력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에 적합한 진로지도 및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신상열 서울교육연구정보원장은 최근 서울 중구 서울교육연구정보원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교육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진로교육이다. 모든 교육이 대입에만 매몰돼 있고 심지어 대학을 가서도 원하는 적성을 찾지 못해 다시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물론 학력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원에 대한 국가차원의 전략적인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신 원장의 소신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직속기관으로 서울교육의 역량을 키우고 정책방향을 선도하는 싱크탱크(Think-tank)의 역할을 하는 정보원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정보원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진로교육 강화다. 자신의 적성을 찾고, 본인이 원하고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게 도움울 주는 것 역시 학력과잉 문제를 풀 핵심 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력과잉 문제는 진로 선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10명 중 4명은 희망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적성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희망 직업이 없다는 학생은 초등학생 20.7%, 중학생 41%, 고등학생 25.5%로 집계됐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 희망 직업이 없다는 비중은 2018년 이후 매년 상승하며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신 원장은 “꿈이 없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는 그만큼 진로교육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정보원이 진로교육 강화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구정보원에서는 초중고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쎈진학 나침판 앱’도 운영 중이다. 특히 정보원이 개발한 학생 맞춤형 진로진학설계 모바일 앱인 쎈 진학 나침판은 16회 앱 어워드 코리아에서 사교육 경감에 크게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23 올해의 앱' 공공서비스 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신 원장은 “디지털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진로진학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나 진로 검사, 성적관리, 지원가능대학 조회, 1:1 상담 신청, 대입 정보 검색까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앱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진로교육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정보원은 2025년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를 앞두고 최근 처음으로 중3 대상으로 '미리보는 고교학점제와 대입'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30분 만에 마감됐다. 신 원장은 “진로교육 수요가 많은 만큼, 현재 고등학생에게만 제공되는 쎈 진학 나침반 서비스를 점차적으로 중학생·초등학생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원장은 고교학점제 역시 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현장에 안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신 원장은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시행하자면, 다양한 과목 개설 등 하드웨어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원 확보"라며 "학생수가 감소했다고 교원을 줄였는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교사의 역량 강화 뿐 아니라 학교 3주체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져야 진로 교육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교육연구정보원이 인공지능(AI) 교수학습 플랫폼인 가칭 ‘뉴쌤3.0’을 준비 중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해 전국 11개 시도교육청이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며,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플랫폼 기반 시스템을 구축한 뒤 베타서비스 등을 운영하다가 2025년 3월 정식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신 원장은 플랫폼을 통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질 높은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원장은 “교사는 멘토로서 학생 상황에 맞는 보다 촘촘한 교육적 지원을 하며 모든 학생은 학습의 성공 경험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학습자로 성장해나가고, 학부모는 자녀의 학습 상황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수 있다"며 “뉴쌤3.0은 교사의 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학부모와 학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