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를 값싼 재료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불안정한 활성산소를 없앨 수 있어 대용량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이현욱 교수팀은 배터리 양극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생체반응 모방형 전해액 첨가제 ‘구아이아콜’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물질은 인체의 노화를 늦춰주는 항산화제처럼 배터리 안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와 반응해 배터리의 노화를 막는다. 연구팀이 기존에 발표했던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MA-C60)에 비해 약 350분의 1 가격(약 1g당 1200원)으로 만들 수 있다.
전기자동차 및 대용량 에너지저장 장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높은 용량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기존 고용량 양극 연구는 높은 용량을 낼 수 있지만 수명이 짧다는 단점을 가진다. 대표적인 이유는 배터리 충·방전 중 발생하는 활성산소 때문이다. 활성산소는 전해액을 분해해 배터리 안에서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활물질을 용해하거나 배터리를 팽창시키는 등 배터리 성능을 크게 저하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산화제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항산화제에는 ‘페놀’류가 있는데, 양성자 이동을 통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리튬 이온 기반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연구팀은 인체 안에서 불균등화 반응(한 가지 반응물에서 산화와 환원이 동시에 일어나는 반응)으로 활성산소를 없애는 작용 원리를 차용해 페놀류 항산화제를 리튬 이온 배터리용 첨가제로 변모시켰다. 페놀에 메톡시 그룹을 결합해 항산화효소를 모방한 촉매인 ‘구아이아콜’을 만들었다. 구아이아콜은 리튬화 된 활성산소와 결합해 활성산소를 화학적으로 변하지 않는 ‘리튬 과산화물’과 ‘산소’로 바꾼다.
연구팀은 컴퓨터적 계산을 통해 구아이아콜이 리튬화 된 활성산소의 흡착에너지와 불균등화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감소시켜 효율적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밝혔다. 즉, 구아이아콜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면서 불균등화 반응을 촉진해 활성산소로 인한 나쁜 반응을 막는 것이다.
구아이아콜은 전해액에 소량(0.3 wt%) 첨가하면 전해질 용매 대신 활성산소와 반응해 전해액 분해를 막는다. 첫 번째 충전 시 산화되면서 양극에 보호막을 형성해 배터리를 사용하는 동안 구조가 변화하는 것을 막는다. 구아이아콜은 기존 전해질과 비교해 80%까지 용량을 유지하며 약 4배 정도 길게(65회 정도의 충·방전) 배터리를 사용하게 해준다. 200회의 충·방전 실험에서도 70%까지 높은 용량 유지율을 보였다.
제 1저자 이정인 에너지화학공학과 연구원은 “항산화제를 배터리에 적용시키는 사례는 여럿 있었지만, 항산화제인 페놀과 불균등화 촉매인 구아이아콜을 비교해 전기화학적 분석을 통한 작용 방법을 규명한 것은 처음이다”며 “추후 배터리의 활성산소를 제어하기 위한 분자구조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송현곤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구아이아콜은 본 연구팀이 이전에 발표한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MA-C60)의 항산화효소 모방 촉매 특성을 이은 루테늄 기반 리튬 과잉 양극용 최초의 유기물 항산화 첨가제”라며 “리튬 과잉 양극뿐 아니라 활성산소가 문제 되는 다른 고용량 양극에도 적용해 전기화학적 특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의 권위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10월 16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11월 27일 출판됐다. 연구 진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삼성 SDI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