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노래, 사투리 등에 도전한 배우 박은빈이 마침표를 찍었다. 6개월에 걸친 노래 레슨과 다큐로 남기고 싶을 정도로 치열했던 녹음, 그리고 섬세한 캐릭터로 남을 작품을 마친 박은빈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웠다. 이제 그는 '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얻은 노래로 팬들에게 또 한번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극본 박혜련/연출 오충환)는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박은빈)의 디바 도전기다. 춘삼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외동딸로 자란 서목하는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버지의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로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아버지와 실랑이로 배에서 떨어지고, 무인도에 낙오돼 15년을 보낸다. 이후 자신의 디바인 윤란주(김효진)를 만나고, 그의 립싱크 가수로 용기를 주다 가요계에 데뷔한다.
'무인도의 디바'는 지난해 신드롬급 인기를 구사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박은빈의 차기작으로 주목받았다. 워낙 높은 인기를 얻은 작품 이후 선보이는 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박은빈은 오히려 즐기면서 연기하겠다는 마음으로 '무인도의 디바'에 임했다.
"사람들이 기대가 달라진 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게 저한테 터닝포인트가 됐죠.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한 적은 없었지만, 큰 상을 받고 나니 이미 받은 걸 쟁취하기 위해 어떤 걸 더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적으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어요."
박은빈이 연기를 하면서 워낙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기에, 사람들은 그를 도전의 아이콘이라고 칭한다. '무인도의 디바'에서도 그는 가창과 사투리 등에 도전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박은빈은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무인도의 디바'를 선택한 이유는 당시 마음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어려운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때그때 제 마음에 충실하죠. 마음에 충실하고 나중에 보니 어려운 도전이 되는 케이스예요. 하지만 스스로 결정은 책임질 줄 알아야 된다는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 그런 게 쌓이고, 저도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니 도전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무인도의 디바'를 차기작으로 결정한 후, 박은빈은 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극중 서목하는 타고난 싱어송라이터고, 최전성기를 구사한 윤란주의 목소리를 대신하기 때문. 목소리 대역을 쓰는 방법도 있었지만, 박은빈은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을 전하기 위해 직접 가창하는 길을 선택했다. 박은빈은 직접 쓴 캐릭터 노트와 패드를 보여주면서, 당시 생생했던 고민의 흔적을 이야기했다.
"프로 가수들의 실력을 따라잡으려고 하는 순간, 제가 거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랑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느끼해 보였어요. 서목하 다운 창법을 고민했고, 제 음색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만약에 제가 그냥 노래를 잘하는 역할이었으면, 제 실력만 키우면 됐어요. 그런데 어떤 가수의 목소리를 내야 되잖아요. 저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었어요. 김효진 언니의 얼굴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돼야했죠. 제가 극중 윤란주의 목소리를 대신하는데, 누군가 또 제 목소리를 대신하면 '과연 시청자들이 납득할까?' 싶었어요. 장벽을 낮추고 진정성을 보여드리는 방향으로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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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마친 박은빈은 곧바로 노래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하루에 4시간씩 6개월 동안 총 43번의 레슨을 받은 박은빈. 촬영을 들어가기 전 3개월 동안은 집중 레슨을 받았고, 촬영이 시작되고 부터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지만, 레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레슨을 받으며 기초를 쌓은 그는 녹음실에서 본격적으로 실력을 향상시켰다고 떠올렸다.
"노래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예요. 그런데 듣기 좋은 것과 부르기 좋은 건 달라요. 노래를 잘 하고 싶지만, 당장 밑바탕은 없었어요. 서목하를 만난 덕분에 노래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고되지만 즐거웠습니다. 녹음실에서 작곡가님의 디렉팅을 받는 건 출제자의 의도를 아는 느낌이었어요. 치열했던 녹음실을 다큐로 찍었어야 됐는데라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박은빈이 직접 가창한 곡들은 큰 화제를 모았다. 고음, 감정선, 음색 등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 특히 3단 고음은 시청자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박은빈은 노래 레슨을 받으면서 발성 연습을 했는데, 당시 음역 체크를 했고, 높은 음역대를 소화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아 나름대로 수월했다고 했다. 그는 "4옥타브 도까지 올라가더라. 가장 높은 음이 나왔던 게 3옥타브 솔샾이었다"며 "내 음역대 안에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고음이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서목하는 무인도에서 15년을 홀로 보낸 후, 꿈을 찾는 강인한 캐릭터다. 박은빈은 무인도라는 공간 자체에도 주목했다. 그는 서목하는 물리적으로 무인도에 떨어졌지만, 그 속에서 꿈이 유예됐을뿐, 정체되지는 않았다고 해석했다.
"어떻게 해서든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한 희망을 놓치지 않고 산 거예요. 저도 이 작품을 선택하면서, '무인도가 내 속에도 있겠구나'를 느꼈어요. 홀로 존재하면서, 스스로 메아리쳐서 돌아오는 공허한 공간들이 각자의 마음 속에 있잖아요. 그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품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지는 각자 달라요. 서목하는 세상 밖으로 나와 여러 사람을 만나서 영향을 주고 받았어요. 이런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이렇게 공개된 작품은 최고 시청률 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기준)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로써 박은빈은 '무인도의 디바'를 통해 2023년을 따뜻하게 마무리하게 됐다. 일 년에 한 작품씩 시청자들과 만나며 달려온 박은빈에게 2023년은 보람찼다.
"스스로에게 자신 있게 얘기해도 될 정도로 보람차요. 배우로 커리어를 쌓으면서 뜻깊은 상을 받았고, 서목하가 제 이정표가 되면서 충만했어요. 올해 초부터 계획한 게 있는데, '무인도의 디바'가 끝나면서 얻은 노래들을 팬들에게 선보이고 싶어요. 팬들에게 선물하는 차원에서 팬 콘서트를 여는 큰 그림을 그린 거예요. 내년 초에는 팬 콘서트를 보여드리고, 새로운 작품으로 인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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