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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발등의 불’이 된 저출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1년 전보다 0.1명이 줄어든 수치인데 이대로 가면 올해 4분기에는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우리나라가 2050년께부터 역성장을 시작해 2070년쯤이면 총인구가 400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낮은 출산율은 국외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의 줄어든 출산율 두고 “이는 한 세대만 지나도 200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넘어선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으로 잔인한 입시 경쟁과 저조한 혼외 출산율 등을 손꼽으며 노인 세대의 방치, 유령도시의 증가,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군인이 부족해 북한이 남침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저 흘려듣기 어려운 지적들이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흑사병에 버금가는 재앙으로 비교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정부가 2006년부터 저출산 대응에 3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백약이 무효였던 것이다. 그동안 부모급여 지급, 돌봄 서비스 확대, 신혼부부 주거 지원 등 다양한 저출산 대책들이 쏟아졌지만 혼인율 자체를 높이지도 못했다.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대책은 없고 보여주기식 사업이 난립했다는 비판도 있다.

한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각종 정책 수단을 활용해 고용·주거·양육 여건을 개선하면 출산율이 최대 0.845명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한은은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배경으로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을 지목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6개 분야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 3월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한 대책’을 주문했다. 자녀 양육으로 인한 퇴직과 경력단절 우려를 불식시키고 교육 현장을 바꿔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는 특단의 대책으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육아휴직과 출산 기피 요인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집값을 낮추는 데도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고용과 주거 불안, 경쟁을 낮추기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 저출산 대응 예산의 확대로 일과 가정의 양립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정부가 총력을 다해야 한다.

발등의 불이 된 저출산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국회도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단편적인 저출산 대책에서 벗어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보육 및 교육 환경 개선, 소아·청소년 의료 체계 붕괴, 양육비 부담, 집값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 소멸의 위기 앞에 더 이상 실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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