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아트파라디소. 오후 3시가 되자 3층 라운지에 하나둘 투숙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가족·부부·커플로 보이는 이들이 라운지에 앉자마자 큐레이터의 1대1 전담 체크인이 시작됐다. 입실 수속이 이뤄지는 동안 투숙객들은 웰컴 칵테일을 마시며 라운지 벽면에 위치한 사진작가 알렉시아 싱클레어의 ‘레이디 오브 저스티스(정의의 여신)’ 작품을 배경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미술 작품을 테마로 한 부티크호텔인 만큼 투숙객의 시선을 가장 먼저 잡은 것은 유명 작가들의 미술 작품들이었다. 파라다이스 측은 “크리스마스·연말은 할인이 적은 데도 투숙객들이 많은 편”이라며 “올 크리스마스는 첫 예약이 9월부터 들어올 정도”라고 전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호캉스를 즐기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1박에 80만~100만 원 가까이 되는 가격이지만 인기 호텔들의 경우 크리스마스이브 숙박은 ‘풀부킹’된 지 오래다. 투숙객들은 호텔에서 가족·친구·커플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데 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아트파라디소다. 이 호텔은 최근 2030세대에서 럭셔리 호캉스로 입소문을 탔다. 2018년 처음 문을 연 후 코로나19로 휴장했다가 올해 7월 재개장했다. 호텔은 전 세계 우수 부티크호텔이 소속된 SLH의 멤버다. SLH는 아트파라디소를 포함해 국내 단 두 곳밖에 없다.
2030세대가 이 호텔에 끌리는 데는 프라이빗한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객실이 58개에 불과한 데다 객실당 최대 숙박 인원은 3인으로 적은 편이다. 미성년자는 아예 호텔에 입장할 수도 없다. 방들이 이어진 호텔 복도에는 벽에 걸린 작품 주위로만 조명이 배치돼 전반적으로 어둡다. 성인 고객들이 철저하게 사생활을 보호받으면서 조용히 숙박할 수 있도록 호텔 측이 설계한 것이다.
호텔 곳곳에 걸려 있는 작품 관람 역시 이곳을 숙박해야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아트파라디소 고객 전용의 출입구부터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히치콕드’가 전시돼 있다. 엘리베이터 옆에는 싱클레어의 작품 ‘브로큰 컴퍼스’가 투숙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 방에도 방별 인테리어에 맞춰 작품이 걸려 있다. 전담 큐레이터가 투숙객을 대상으로 20여 분간 1대1로 작품을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호텔 내 포토존에서 인증 사진까지 찍어준다.
투숙객의 80%가 이 같은 아트투어 서비스를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파라다이스 측은 “전체 파라다이스시티에 3000여 점의 작품이 있는데 이 가운데 500여 점이 아트파라디소에 있다”며 “호텔을 설계할 때부터 작품과 인테리어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MZ세대를 위한 취향과 재미는 방에서도 이어진다. 방에서 투숙객이 각종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레시피를 미니바 옆에 QR코드로 제공하고 있다. 로열 스위트룸에는 ‘이건희 스피커’로 유명한 부메스터 스피커와 파라다이스시티가 맞춤 제작한 가방 모양의 미니바도 있다.
서울에서 소규모 파티를 즐기려는 젊은 고객에게는 아난티 앳 강남도 인기 선택지로 꼽힌다. 이 호텔은 강남 한복판에 위치했지만 호텔에 들어선 순간 강남이 아닌 듯한 느낌을 준다. 곡선형 디자인, 붉은 벽돌, 밝지 않은 조명 등으로 ‘도심 속 수도원’을 구현하려고 했다. 바쁜 일상과 차단된 고요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전체 객실(118개)이 복층형 구조의 스위트룸이다. 위층에 침실로, 아래층에 거실로 설계해 2~4인이 호캉스 파티를 즐기기 적절하다는 후기가 많다.
투숙객들이 이 호텔에서 가장 기대하는 시설은 야외 수영장이다. 붉은 벽돌을 아치형으로 쌓아 올려 유럽의 작은 마을에서 연상하게 한다는 게 아난티 측 설명이다. 겨울에는 온수풀로 운영돼 계절에 상관없이 야외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다. 실내 수영장은 천장의 화려한 샹들리에로 유명하다. 높은 접근성에 비해 일상과 차단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점은 높은 예약률에서도 드러났다. 이미 이달 23·24일은 전 객실의 예약이 찼다. 올해 마지막 날인 30·31일도 1박에 80만 원이 넘는다. 아난티 측은 “12월은 주말 예약률이 90%를 훌쩍 넘는다”고 귀띔했다.
이 외에도 업계에서는 지난달 30일 개장한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도 연말 호캉스의 경쟁을 더 가열할 주자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스파이어도 크리스마스·연말 시즌을 노리고 개장 시점을 잡았을 것”이라며 “연말을 분위기 있게 보내려는 소비자를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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