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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 치료 기피 '님비현상'부터 해결해야"

[마약과 전쟁 500일]

<하>허약한 '마약 치료 사다리'

■조성남 법무부 국립법무병원장

지자체·의사까지 전담시설 꺼려

수가 올려 전담의료진 확충 절실

조성남 법무부 국립법무병원장. 사진 제공=국립법무병원




“마약중독자 치료 시설은 유해나 혐오 시설이 아닙니다. 급증하는 마약중독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치료 시설을 기피하는 ‘님비 현상’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조성남 법무부 국립법무병원장은 이달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약중독자 치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시설 부족’ 문제를 꼽았다. 그 원인은 마약중독자 치료 시설을 혐오 시설로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라며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뿐 아니라 병원과 의사들까지도 마약중독자 치료 시설을 기피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대표적으로 국내 유일의 민간 마약중독자 재활 치료 시설인 다르크(DARC)를 예로 들었다. 조 원장은 “다르크는 마약중독자 회복을 위해 치료에 성공한 마약중독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병원 개념인데 마약이라고 하면 무조건 위험하고 무서운 존재로만 생각해서 시설이 폐쇄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내 다르크는 전국에 5곳에 불과한 데 반해 일본에서는 총 9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의료 시설에서도 마약중독자를 꺼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조 원장은 “마약중독자가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려면 몇 달씩 대기를 하기도 한다”며 “막상 지정 병원에 가도 마약중독자 전담 병상 없이 일반 환자들과 뒤섞어 있다. 일부에서는 마약중독자가 알코올 병동에서 치료를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환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다른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해 병원 운영에도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마약중독자 치료를 맡으려는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전국에 마약중독자 치료 병원으로 지정된 25곳의 전담 의사 수는 3명에 불과하다”며 “정부에서 지정 병원을 늘리는 데만 주력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실질적으로 마약중독자 치료를 전담할 의사가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제 전국에서 마약중독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인천참사랑병원의 경우 병원장이 혼자 마약중독자 치료를 전담하고 있고, 국립부곡병원과 대구대동병원 역시 전담 의료진이 각각 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병원들은 마약중독자 치료 지정 병원으로 선정됐지만 전담 의료진이 한 명도 없어 실질적으로 환자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마약중독자 치료가 본격화된 30년 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 원장은 해결책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지정 병원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정부 지원을 늘려 전담 의료진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국가에서 마약중독자 치료는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하고 마약 치료 전담 의사의 급여를 대폭 늘려서 의사들이 지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마약중독자 치료 수가를 개선하고 의사 월급을 늘리는 처우 개선과 함께 의사들이 지원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마련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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