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자이언티(Zion.T)가 올해로 데뷔 12주년을 맞았다. 그는 그간 강렬하고 감각적인 R&B 성향의 곡부터 현실의 다양한 이야기, 때로는 개인적인 예술의 표현을 담아내며 한국 대중음악계에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꺼내 먹어요', '양화대교' 등 잔잔한 멜로디에 특색 있는 목소리, 진솔한 가사말은 대중에게 자이언티도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정규 앨범으로는 2집 'OO' 이후 약 6년 만에 발매하는 이번 신보 '집(Zip)'에서도 대중이 사랑하는 자이언티의 음악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간 '쇼 미 더 머니' 등에 출연하며 나름 얼굴을 비추는 그였지만 자신의 음악을 발매하는 건 2년 만이다. 정규 음반과 신곡을 기다리던 팬들에게는 단비와도 같다. 신보에는 자이언티만의 감성이 담긴 열 곡이 실렸다.
최근 정규 3집 발매를 맞아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난 자이언티는 "저의 집들이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트랙리스트를 함께 듣고, 설명했다. 아래는 자이언티가 정성스럽게 소개한 10곡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1. 하우 투 유즈(How To Use) (intro)
메뉴얼 같은 노래입니다. 설명서 같은, 앨범을 스무스하게 이어나갈 수 있는 분위기의 곡입니다.
2. 언러브 (UNLOVE) (prod. HONNE)
자이언티 : 애플뮤직 같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보면, 좋아했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울 때 '언러브'라는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말이 예쁘잖아요. 제목으로 좋겠다 싶었죠. 어떤 내용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요즘 젊은 세대가 SNS를 많이 쓰면서 '리셋 증후군'이라는 것이 발현됐다고 하더라고요. SNS 피드에 사진, 글, 캡션 등을 수정하고 지우기 너무 쉽고, 팔로우, 언팔로우도 너무 쉽다 보니 관계 정리하는 것도 너무 쉬워져 버려서 실제 생활에서 관계를 쉽게 정리해 버리거나 뱉었던 말을 다시 주워 담는 일이 많다고 해서요. 저도 공감되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뮤지션으로서 실제로 '언러브' 당하는 일이 많을 거 같아요. 앨범을 5년 만에 내는 거거든요. 뮤지션 입장에서 슬프잖아요. 누가 내 노래를 '좋아요' 눌러뒀다가 지우면. 그렇지만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일 거 같습니다. 이에 더해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비유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여러모로 매력적인 주제라고 생각해 '언러브'를 골랐습니다.
3. 모르는 사람
자이언티 : 주제는 말 그대로 '모르는 사람' 입니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과연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모두에게나 사각지대가 있잖아요. 드러낼 수 없는 시커먼 감정이 있을 수 있고요.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노래인 거 같아요. 슬롭이라는 친구가 말해줬는데, 이 노래를 술 먹고 집에 들어가며 들으면 정말 좋더라고 하더락요, 하하.
4. 내가 좋아하는 것들 (feat. Benny Benack III)
자이언티 : 말 그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구구절절 말하기 보다는 이 노래에 담아보자고 생각했어요. 주제는 '도파민'인 것 같습니다. '재즈 광인' 제 친구가 말하기를 베니 베넥 3세는 살아 있는 재즈 아티스트 중 제일 멋있는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저 재즈 노래인데 이 분이 더해지며 근본이 생겼습니다.
5. 브이(V) (feat. AKMU)
자이언티 : 사람들이 사진 찍을 때 '브이'라고 많이 하잖아요. 이 겹치는 동작은 뭐지?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러고 있으니까. 그래서 한번 이 노래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90년대와 00년대 초반에 한창 붐이었던 일본의 시부야케 장르 음악을 시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장르의 특성 중 하나가 남녀 혼성으로 이뤄진 노래도 있고, 스크래치 소스를 이용하는 게 있어요. 이런 걸 가져오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악뮤가 딱 맞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습니다.
6. 낫 포 세일(NOT FOR SALE)
자이언티 : 번역하자면 '안 팝니다', '안 팜', 이런 내용인데요. 제가 안 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냥 '관계'인 것 같아요. 팀워크인 것 같고. 제가 쌓아올린 게 아닐까. 다른 거 다 팔 수 있는데 사람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7. 투명인간
자이언티 : 너무 짧아서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는 곡이에요. 이 노래가 들어간 이유는 다음 곡과의 연결성을 위해서입니다. 짧은 곡이지만 마음에 드는 소재이기도 하고요.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8. 불 꺼진 방 안에서 (feat. 윤석철)
피처링에 윤석철 님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오래된 동료이고, 베니 베넥 3세와 비슷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멋진 재즈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재즈 신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죠. 내용적으로는 다른 곡과 마찬가지로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9. 돌고래
자이언티 : 이거는 꿈에서 봤던 장면으로 만들었어요. 귀여운 노래입니다.
10. 해피엔딩.
자이언티 : '해피엔딩'이란 뭘까, 물어보는 내용입니다. 내용은 이 곡 안에 있습니다.
자이언티는 곡 소개를 끝내며 "이 앨범을 준비하며 되게 많은 테마가 있었고, 많은 앨범 제목이 있다가 사라지다 결국 '집'이 됐습니다. '집'이라는 테마를 구성하며 만든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 건방지고 발칙한, 실험적인 여러 트랙이 있었습니다. 그런 것을 걷어내고 열 트랙으로 함축하는 과정에서, 압축 파일 같은 의미에서 '집'이라는 뜻이 있고, 또 공간을 의미하는 '집'이 있고,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앨범을 소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