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독보적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미 정부의 경고에도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싱가포르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계획은 미국 정부와 계속 협력해 규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규제는 추가적인 제한이 있다”며 “우리의 새 제품은 그 규제들을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한 포럼에서 중국을 겨냥한 수출통제를 우회할 목적 하에 설계된 반도체도 신속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업계가 중국을 위한 특정 성능의 반도체를 재설계하면 난 바로 다음 날 그것을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황 CEO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새로운 규제는 준수하되 계속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는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WSJ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규제를 피해 H20, L20이라 불리는 맞춤형 AI 반도체의 새로운 라인업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H20은 수출 허가가 필요한 수준보다는 성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를 준수하면서 중국에 대한 공급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로이터는 엔비디아가 중국 내 고객들에게 "중국 맞춤형 반도체 출시가 내년 1분기까지 연기됐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최근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에서 미국의 강화된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에서의 4분기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였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이 수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황 CEO는 중국 화웨이에 대해 “위협적인(formidable)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지난 8월 말 7나노미터 프로세서를 탑재한 새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전격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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