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 15대를 연이어 들이받은 뒤 잠적한 50대 차주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29일 사고를 낸 지 닷새 만이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4일 오전 10시30분께 사고 차주 A씨가 경찰에 출석해 1차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A씨는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감기 기운에 운전하다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A씨의 행적을 통해 음주 운전 여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당초 지난 1일 경찰에 출석하겠다고 한 A씨는 일방적으로 출석 일정을 이날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간이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며 "입건 전 상태이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 등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 0시10분께 대구 북구 칠성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누군가 차를 들이받고 도주했다"는 신고가 대구 북부경찰서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주차된 차량 15대의 범퍼가 떨어지거나 긁히는 등 피해가 발생한 것을 파악했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빠른 속도로 주차장을 달리다 주차된 경차를 들이받는 모습이 담겼다. 이내 A씨는 차량을 밀고 나아가면서 다른 차량들마저 잇달아 파손시켰다. A씨는 차에서 내려 현장을 둘러본 뒤 차에 탑승했다가 다시 차에서 내린 채 사라졌다.
당시 경찰은 운전자를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특정하고 자택에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해 음주 측정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A씨는 관리사무소를 방문했지만 다시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통해서 피해 차주들에게 보험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정확한 경위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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