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이제 종교와 관련된 날이 아닌듯 하다. 누구나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연인을 만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외래 명절인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매해 연말이 되면 온 도시를 반짝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누군가는 “왜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따르는가” 라며 의문을 갖는다. ‘왜 모두가 이 외래 명절을 즐겨야 하는지, 즐기려고 노력하는지’ 의문이지만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 아니,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신간 ‘크리스마스는 왜?’의 저자 마크 포사이스도 그런 의문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다. 저자는 ‘문장의 맛’, ‘걸어다니는 어원사전’ 등으로 이미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며, 사람들에게 ‘상식’을 전해 온 베스트셀러 작가다. 작가가 새롭게 펴낸 ‘크리스마스는 왜?’에는 한 번쯤 궁금했을 크리스마스의 비밀과, 사실은 한 번도 궁금할 이유가 없었던 크리스마스에 대한 지식이 모두 담겨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12월만 되면 온거리에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처음 누가 부르기 시작했을까. 1880년 영국 트루로 라는 곳의 교구 주교였던 에드워드 화이트 벤슨은 크리스마스 이브만 되면 만취하는 사람들 때문에 넌더리가 났다. 사람들을 술집이 아닌 교회로 유인하고 싶었던 그는 크리스마스에 찬송가가 아닌 캐럴을 부르는 예배를 고안했다. 술집에서 부르던 민요와 같은 노래인 캐럴을 부르며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싫어 캐럴을 교회로 끌어들였다니, ‘크리스마스의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산타클로스는 또 어떠한가. 저자는 산타클로스는 튀르키예 사람으로, 신생아 시절 모유 수유를 거부하는 별난 아이였다고 주장한다. 또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산타클로스로 추정되는 ‘니콜라스’라는 사람은 자라서 여성을 경멸했고 술도 혐오했다. (물론 이는 학자마다 의견이 갈린다.)
성인이 된 니콜라스는 343년 12월 6일에 사망했고, 사후에 ‘산타클로스’라고 불리며 인기 있는 인물이 되었다. 이후 12월 6일에게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풍습이 생겼고, 이 관습은 오늘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크리스마스를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사실 그간 갖고 있던 크리스마스에 대한 환상이 모두 깨져버려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 책을 왜 쓴 것일까. 그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받을 수 있는 온갖 것들이지만 어른들에게는 상실해버린 온갖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어 “우리는 뭔가 특별한 걸 잃고 있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도 그 특별한 것 중 하나”라며 “완벽한 크리스마스는 어린 시절에 누린 것이고, 이제는 그 시절이 오지 않겠지만 잔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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