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영역의 선택과목 간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영역의 표준점수 격차가 줄면서 이과 수험생이 인문계열 상위권 대학에 교차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침공' 현상이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이과 수험생이 주로 치르는 수학 선택과목인 ‘미적분’ 표준점수가 문과생들이 주로 택하는 ‘확률과 통계’보다 10점 이상 높게 나오면서 오히려 전년도 대입보다 해당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수능 수학 선택과목 간 점수 차를 분석한 결과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48점으로 확률과 통계(137점)보다 11점 높았다. 작년 수능에서는 미적분이 확률과 통계보다 3점 높았는데 8점이나 더 벌어진 것이다. 기하는 142점으로 6점 차이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지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낮아진다. 특히 통합 수능 체제에서 최종 표준 점수는 각 선택과목을 택한 집단별 공통과목 평균 점수를 바탕으로 선택과목 점수를 보정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본인이 응시한 선택과목 그룹의 공통과목 평균점이 높을수록 점수를 더 받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학 실력이 더 뛰어난 이과생이 주로 선택한 미적분의 표준점수가 문과생이 선호하는 확률과 통계보다 높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번 수능에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국어도 만점자 중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수험생의 표준점수가 150점으로 '화법과 작문'보다 4점 높았다. 이는 전년(언어와 매체 134점, 화법과 작문 130점)과 동일한 점수 차다.
종로학원 분석 결과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학생의 62.6%가 과학탐구를 택한 이과생들이었고,이는 전년(59.6%)보다 3.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국어 영역에서도 이과생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 때문에 이번 수능에서 이과 수험생이 유리한 현상이 전년보다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연계열 진학을 원했던 수험생들이 높은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인문·사회계열에 지망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2학년도 서울대 정시에서 인문계학과 합격생 중 이과 학생의 비율은 44.3%였으며, 2023학년도에는 51.6%로 더 높아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에서 자연계열이 대폭 유리해진 상황이고, 국어까지도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며 "정시에서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수능 점수 구도에서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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