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2023년의 마지막 ‘기준금리 슈퍼위크’가 된다. 세계경제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이번 주 줄줄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비로소 물가 상승세가 잡히고 있는 선진국 진영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은 최근 힘을 받고 있는 ‘내년 상반기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에 대해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 시간) 세계경제의 약 60%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이번 주에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를 진행한다고 보도했다. 13일 미국과 브라질을 시작으로 14일 유로존·영국·노르웨이·스위스·멕시코·페루·대만, 15일 러시아까지 최소 10개국이 연달아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은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을 늘리고 있다”며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빠르게 금융 완화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의 압박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9월과 11월에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세 번째 연속 동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10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전년 동월 대비 3%로 2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기준금리 결정 전날 나올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인플레이션 하강 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8일 발표된 11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19만 9000건 증가해 예상치와 10월 수치를 모두 웃돌았지만 노동시장의 호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종료 효과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꺾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로 여겨지는 2%보다 여전히 높은 만큼 그가 이달 회의에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물가 상승 압박이 여전하다’는 발언을 거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12월 FOMC 회의가 내년 가파른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꺾이고 있는 유로존도 유럽중앙은행(ECB)이 14일 기준금리를 4.5%로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ECB의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시장의 초점 역시 금리 결정 그 자체가 아니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입에 맞춰져 있다. 최근 시장에서 ECB가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전년 동월 대비 2.4%에 불과한 11월 CPI 상승률과 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은 “ECB는 물가 상승 압력이 끝났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라가르드 총재는 내년 4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영국과 스위스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위스는 11월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1.4%로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 반면 최근 급격한 통화 약세를 겪고 있는 노르웨이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선제적으로 피벗에 돌입한 중남미에서는 브라질과 페루가 기준금리를 모두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브라질은 한때 12%에 육박했던 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목표치(4.75%)에 가까워지면서 8월부터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낮춰 왔다. 페루는 경제 불황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10월부터 이어지고 있어 경기 부양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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