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출생률이 지속 감소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각국이 인구절벽을 막기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출생률 감소는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탓에 각국 정부는 성장 동력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노동력 감소는 기업의 구인난으로 번져 생산 비용을 높이고 산업 생산성에 직격탄이 된다.
이달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인구통계학적 문제를 살펴볼 시기”라며 “대가족이 러시아 국민의 표준이자 삶의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이 이례적으로 인구 추세를 이야기한 것은 저출생으로 러시아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서다. 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인구는 2021년 1억 4500만 명으로 1994년 1억 4900만 명에서 오히려 순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대~30대 남성 수 급감으로 러시아는 기존 징병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에 푸틴 정부는 소련 시절 시행했던 ‘어머니 영웅’상을 복원하고 내년을 ‘가정의 해’로 선언했다. 어머니 영웅상은 소련 시절 10명 이상의 자녀를 낳고 키우는 여성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제도다.
이달 홍콩은 신생아가 있는 가정의 공공 아파트 분양 대기 시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또 주택 운영사에 아파트의 80%를 신생아가 있는 가정에 공급하도록 했다. 아울러 홍콩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신생아가 있는 가정에 2만 홍콩달러를 지급하는 ‘아기 보너스’ 제도도 신설했다.
일본은 아동수당 예산을 늘리고 기존에 중학생까지만 지급하던 보조금을 고등학생까지 확대했다. 보조금 지급 조건에서 부모의 소득 제한도 폐지했다. 이탈리아는 올해 신생아 수가 19세기 이래 최소일 것으로 전망하며 자녀 2명 이상 가정에 세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으로 한창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베트남과 태국 등에서도 신생아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베트민의 호찌민은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1.39명에 그쳤다. 태국도 지난해 신생아 수가 50만 2000명으로 7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인구 감소는 글로벌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이에 따른 기업들의 생산 비용 증대가 세계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기후위기 및 지정학적 위기와 함께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꼽은 바 있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75개국의 출생률이 인구 대체율 2.1명을 밑돌고 있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 저출생 현상이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2030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약 4000조 원 감소하며 성장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