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문제가 주력 제조업인 K조선의 국내 생산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한화오션·삼성중공업에 이어 HD현대중공업도 중국에서 블록을 들여와 선박을 제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선박은 크고 작은 블록을 한데 붙여 건조한다. 최근 조선업 호황에도 인력난을 겪는 국내 하청 업체들이 블록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자 중국으로 눈을 돌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산 블록을 쓰다 보면 조선 3사가 단순 조립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 대형 조선사들은 베트남·필리핀·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미국 등에도 조선소를 조성할 예정이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선박 인도 지연, 수주 제한 등의 위험이 커지자 생존 차원에서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조선사 구인난의 원인은 일자리 미스매칭, 청년들의 지방 근무 기피, 높은 업무 강도 등 복합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획일적인 노동 규제 탓이 크다. 주52시간근로제 강행으로 야근·특근 등이 사라지자 실질임금이 깎인 중소형 조선사에서 근로자들이 대거 이탈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월급이 줄어 ‘투잡’을 뛰느라 ‘저녁이 있는 삶’이 사라졌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조선업 종사자는 2014년 20만 명에서 지난해 9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제조업 구인난은 조선업은 물론 용접·주조·금형 등 뿌리 산업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의 경쟁력 악화는 시간문제다.
정부와 정치권은 외국인 노동자 쿼터를 임시로 늘리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 속도에 대응한 인구정책을 포함한 복합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일단 일자리 미스매칭 완화가 선결 과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10명 중 6~7명은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는 데도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것은 정부의 일자리 지원 정책이 고장 났다는 반증이다. 이민청 설립과 체계적인 외국인 인력 확대, 고령자 재취업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 정부는 취약 업종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과 다단계 하청 구조 개선 등을 통해 구인난의 근본 원인인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노동시장 유연화, 호봉제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선 등과 같은 노동 개혁을 성공시켜야 기업의 인력난도 해소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