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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 칼럼]2024년 경제, 희망의 싹은 보인다

박철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美 고금리 지속·中 성장세 빠른 둔화

日·유럽 침체 등 대외여건 안좋지만

반도체시장 반등·車수출 호조 등으로

악재 딛고 다시 서는 새해되길 기대





올해도 어느새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어려운 한 해였지만 다가오는 새해는 경제 여건이 나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그리고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경제를 전망해볼 때가 됐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일의 발생을 족집게처럼 예언하는 능력은 없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새해 경제를 조심스럽게 전망해보려고 한다.

먼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대외 여건을 살펴보자. 미국의 경우 지난해 한때 9%를 웃돌던 인플레이션율이 많이 진정됐지만 아직 3% 밑으로 내려오지는 않고 있다. 2%인 목표 인플레이션율과 비교하면 여전히 갭이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많이 안정돼 미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렇다고 당장 금리를 인하하는 통화정책의 기조 전환을 기대할 수는 없다. 미국의 소비 및 노동시장이 이끄는 견조한 성장세와 아직 목표 인플레이션에 충분히 근접하지 못한 점을 고려한다면 미 중앙은행이 단기간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현재의 금리 유지 또는 한 번 정도의 추가 인상 후 금리 유지의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함께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과 같은 국제기구들이 올해는 5.1%, 내년에는 4% 중반대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경제성장률이 9%를 쉽게 넘겼다. 과거 중국의 고성장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 경제의 둔화는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 내수시장 위축, 그리고 지속되는 미중 갈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과의 갈등이 조금씩 줄어들고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 조치로 부진이 다소 완화되겠지만 10여 년 전과 같은 고성장을 재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고성장으로부터 이익을 보던 한국의 기업들은 점진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 경제는 올 상반기 물가가 반등하고 1%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그런 일본 경제도 같은 추세를 이어가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 3분기에 일본 경제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장기 침체 시기와 같이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유럽 상황도 밝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에너지 수급의 차질이 이어지고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가 지속되는 긴축적 통화정책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업이 중심인 스페인과 프랑스는 경기가 상대적으로 나아지겠지만 제조업 중심 국가인 독일의 침체가 지속돼 유럽 전체적으로 경제 상황이 활력을 되찾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미국의 고금리 지속, 중국의 성장 둔화, 일본과 유럽의 침체는 내년에도 대외 여건이 대체적으로 좋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지난해 5.1%를 기록한 물가 상승률이 올해 3.6%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목표치와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도 단기간에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물가 상승률이 더욱 안정돼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의적이지 않은 대외 여건, 국내 통화정책 기조 속에서도 희망의 싹들은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에 빠졌던 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 3분기부터 반등하고 있다. 반등세는 내년에도 유지될 것이다. 최근 역대급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자동차 산업도 친환경 자동차를 앞세워 성장이 지속될 것이다. 전쟁으로 유전 시설이 파괴되지 않는다면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기 침체는 유가를 하향 안정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세계 공급망 재편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개선한다면 내년이 의미 있는 시기로 바뀔 수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내년은 여러 좋지 않은 여건에 좌절하지 않고 딛고 일어서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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