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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바와 다르다" '마에스트라' 클래식의 탈을 쓴 진한 치정 멜로 [현혜선의 시스루]

[리뷰] tvN 새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

'베토벤 바이러스' 이은 클래식 소재

이영애, 이무생, 김영재 격정 치정 멜로까지


드라마, 예능의 속살을 현혜선 방송 담당 기자의 시점으로 들여다봅니다.




'마에스트라' 스틸 / 사진=tvN




한국 드라마 최초 여성 지휘자를 소재로 삼은 '마에스트라'가 베일을 벗었다. 이영애 차기작, '베토벤 바이러스'에 이은 클래식 소재 등으로 방송 전부터 주목 받은 작품이다. 뚜껑을 연 작품은 의외였다. 강렬한 클래식 안에 치정 멜로가 짙게 깔려 있었다.

tvN 새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극본 최이윤/연출 김정권)는 전 세계 단 5%뿐인 여성 지휘자 마에스트라, 천재 혹은 전설이라 불리는 차세음(이영애)이 자신의 비밀을 감춘 채 오케스트라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아시안 여성이라는 한계를 오히려 유니크함으로 포장할 줄 아는 차세음은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맹활약 중이다. 그런 그가 20년 만에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해체 직전의 오케스트라, 더 한강 필하모닉을 세계 최고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막내 바이올리니스트 이루나(황보름별)을 악장으로 기용하는 등 첫 날부터 파격 행보를 이어간다. 차세음의 귀국 소식을 접한 옛 연인 유정재(이무생)는 더 한강 필하모닉을 사고, 차세음에게 남편 김필(김영재)와 이혼하라고 집착한다. 유정재를 거절하던 차세음은 단원 이아진(이시원)과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혼란에 빠진다.

◇ 이영애의 자신감, 전 세계 5%뿐인 여성 지휘자 소재 = 작품은 국내 드라마 중 처음으로 여성 지휘자를 소재로 삼아 눈길을 끈다. 여성 지휘자 자체가 전 세계 지휘자 중 5%에 불과할 정도로 적은 직업군. 이들의 직업과 삶을 조명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이영애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이영애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클래식과 지휘자를 소재로 삼은 영화나 드라마는 있었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여성 지휘자가 주인공인 건 없었다.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고 밝힌 바 있다.

오랜만에 등장한 클래식 장르, 최초의 여성 지휘자 소재 타이틀은 작품을 궁금하게 만든 요소다. 클래식 드라마가 그간 드물게 등장한 건 장르적 어려움 때문. 배우들은 악기 연주, 지휘, 연기 등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음악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다인원의 오케스트라를 연출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또 전문 연주자가 아닌 연기자들이 악기를 연주할 때 오는 어색함도 최소화해야 된다.

'마에스트라'는 이를 깔끔하게 표현해 어색함을 덜고,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인다. 오케스트라의 연주 장면, 바이올린 연주, 피아노 연주는 물론 드라마의 대부분을 꾸미는 차세음의 지휘 장면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실제 지휘자를 방불케하는 이영애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진한 클래식의 세계로 초대한다.

'마에스트라' 스틸 / 사진=tvN


◇ 불가피한 '베토벤 바이러스'와 비교 = 클래식 장르, 지휘자 소재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드라마는 MBC '베토벤 바이러스'다. 2008년 방송돼 최고 시청률 19.5%를 찍으며 인기를 끈 작품이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작품인 만큼, '마에스트라'는 방송 전부터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비슷한 점은 능력 있는 지휘자가 해체 직전, 혹은 급조된 오케스트라와 만나 변화한다는 거다. 능력 있는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문제점을 곧바로 찾아내고, 지휘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단원들도 점차 그의 능력에 마음을 열게 되는 구조다. 또 지휘자는 오직 음악만 알고, 독설을 쏟아내는 점도 비슷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명대사가 지휘자의 '똥덩어리'일 정도. '마에스트라'의 차세음 역시 음악에 있어 물러섬이 없고, 단원들에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차세음 캐릭터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와 다르다. 직설적인 말을 내뱉고 외골수 같지만, 정치에 능한 게 차세음이다. 자신이 내보낸 전 악장 박재만(이정열)을 다시 오케스트라에 부른 방법, 공연이 막힌 오케스트라의 돌파구로 야외 공연을 찾는 일 등 음악 외의 것에도 능수능란하다.

'마에스트라' 스틸 / 사진=tvN


◇ 치정 멜로 분량, 음악보다 많다? = '베토벤 바이러스'와 가장 다른 점은 '마에스트라'에 치정 멜로가 존재한다는 거다. 클래식이 작품 전반을 감싸고 있는 장르라면, 치정 멜로는 작품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 클래식 못지 않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치정 멜로다. 클래식의 탈을 쓴 치정 멜로일 정도다. 무려 얽히고 설킨 사각 관계다. 부부인 차세음과 김필, 차세음의 전 연인인 유정재, 김필과 내연 관계인 이아진이다.

이들의 감정선은 각각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유정재는 차세음과 함께한 3년의 세월을 잊지 못하고, 평생 차세음만 사랑한다. 차세음이 귀국한 후 그가 몸담고 있는 오케스트라를 사고, 대놓고 김필과의 이혼을 종용하는 등 집착과 욕망으로 얼룩진 사랑을 표현한다. 김필은 차세음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늘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한 켠에 그를 향한 열등감이 있다. 결국 열등감이 외도로 번진다. 김필 역시 유정재의 존재를 신경 쓰고 있다. 차세음의 감정은 묘하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건 음악, 클래식으로 보인다. 과거 유정재를 떠난 것도 음악을 위해서다. 다시 만난 유정재의 존재를 신경 쓰고 있고, 남편에 대한 사랑도 존재한다.

클래식, 음악, 성장 등을 기대하고 작품을 본 시청자들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예상보다 치정 멜로의 분량이 높은 것. 작품이 한국 드라마 최초 여성 지휘자 소재를 앞세운 만큼, 멜로의 분량이 높은 건 아쉬운 일이다. 이를 본 시청자들도 "'부부의 세계'인 줄 알았다", "클래식의 비중보다 치정이 높아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쏟았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회차가 있는 만큼,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갈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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