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에서 이들 가족이 대출을 갚지 못한 상황에서 이미 집이 경매로 넘어가 쫓겨날 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울산의 한 대기업 직원인 A씨(47)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가족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했다.
최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7시께 둘째 아들이 다니던 학교 측으로부터 “학생이 등교하지 않았다”는 신고가 울산의 한 중학교로부터 접수됐다. 이에 경찰은 해당 학생이 사는 아파트로 출동했지만 A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자녀들이 집 안에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경찰과 소방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집 안에는 연기가 자욱했고 방 안에서는 A씨의 아내,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두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A씨 아내와 자녀들 목에 짓눌린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는 2013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이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고 한다. 지난 9월 새 주인이 집을 낙찰받았지만 A씨가 퇴거를 거부하자 새 주인이 나가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A씨의 집 현관문에는 집을 비우라는 내용의 경고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고 3일 MBC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관문에는 ‘마지막 경고’라고 흰색 테이프로 적은 글씨가 크게 붙어 있다.
함께 붙은 경고장에는 “경고합니다.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는 문 앞에서 끝나지만 다음에는 계고합니다. 충분히 많은 배려해 드렸습니다. 잘 생각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A씨의 주변인 조사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밝힐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vival@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