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양자속도(quantum speed)로 움직이는 수출통제가 필요하다”면서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새로운 다자 수출통제 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바세나르 체제가 러시아 등의 반대로 무력해진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서방 진영 중심의 수출통제 체제를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엘렌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 전략물자관리원, 미국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CNS)와 전략무역연구소(STRI)가 공동 개최한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현재 수출통제를 사용하는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존 수출통제 체제, 특히 바세나르가 기술이 변화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운영되지 않는다"며 "우리와 동맹들은 우리를 적들로부터 보호하고 기술을 관리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행동할 수 있는 수출통제 체제를 어떻게 구축할지를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1996년 시작된 바세나르는 ‘국제평화와 지역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모든 국가’에 참여국들이 전략물자의 수출을 통제하는 체제다. 이는 공산권 국가에 전략물자 수출 통제를 해온 서방 선진국의 코콤(COCOM)을 대신해 탄생했다. 하지만 바세나르 체제에는 러시아 등 구공산권 국가들도 회원국으로 포함돼 서방 진영의 뜻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이달 초 "중국은 매일 눈을 뜨면 우리의 수출통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코콤과 같은 ‘다자주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러몬도 장관이 냉전 시대의 유물인 코콤을 다시 언급한 것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서방 진영 중심으로 새로운 수출 통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에스테베스 차관은 한국도 새로운 수출통제에 대한 논의를 하는 동맹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모든 동맹을 포함할 것"이라며 "우리가 한국의 참여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한국의 참여 없이 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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