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사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전격적으로 대표직을 사퇴했다. 거취 문제를 놓고 이틀째 잠행을 이어가던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다”면서도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돼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 총선이 불과 119일 밖에 남지 않았다”며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당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전날부터 대표실로 출근하지 않은 채 잠행에 돌입한 상태였다. 그는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래 약 9개월간 국민의힘을 이끌었다.
김 대표의 이번 거취 결정으로 내년도 총선을 앞둔 여야 간 판세는 크게 요동치게 됐다. 우선 국민의힘에서는 후임 지도 체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따라 내년도 선거 출마자 공천의 방향이 크게 바뀔 수 있다. 여권 안팎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과 윤 원내대표가 대표를 대행하는 체제로 하는 방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여당이 당 혁신을 위한 지도 체제 개편 수순에 들어가게 되면 민주당 역시 사법 리스크 등을 당에 드리우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압박하는 여론이 당 안팎에서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지도부 개편 향방에 따라 수도권 등의 중도층 표심 향방도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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