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업체들이 자금난에 빠지며 발생한 아파트 분양·임대 보증 사고가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공사비까지 급등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업체들이 공사를 멈췄기 때문이다.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 업체가 늘어난 만큼 보증 사고 사업장이 내년에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들어 분양·임대 보증금 보증 사고 처리된 사업장은 총 15곳으로 집계됐다. 분양 보증 사고 현장이 12곳, 임대 보증금 보증 사고 현장이 3곳이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분양·임대 보증 사고 건수는 2010년 24건을 기록한 뒤 2011년 5건으로 줄었다. 2012년 14건으로 다시 늘기는 했지만 2013년 9건, 2014년 6건을 기록하는 등 이후 줄곧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분양 보증이란 분양 계약자가 시행사나 시공사의 파산 등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HUG가 계약자가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의 환급을 책임지거나 주택을 분양하도록 하는 보증 상품이다. HUG는 △주 채무자에게 부도, 파산, 사업 포기 등의 사유가 발생 △실행 공정률이 예정 공정률보다 25%포인트 이상 부족 △실행 공정률이 75%를 넘으며 공정이 정당한 사유 없이 예정 공정보다 6개월 이상 지연 △시공자의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 중단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 등에 해당할 경우 해당 사업장에 보증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HUG는 임대 보증금 보증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보증 사고를 판단하며 임차인에게 임대 보증금의 반환을 책임진다.
올 들어 보증 사고가 크게 늘어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사비까지 급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을 버티지 못한 시공사들이 자금난으로 하청 업체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하거나 부도·법정관리 등으로 내몰리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달 1일 임대 보증금 보증 사고가 발생한 전북 익산시 남중동 라포엠 아파트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이는 총 2개 동, 최고 19층, 120가구 규모의 10년 민간 장기 전세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무들주택과 호림건설㈜이 시행을 맡고 호림건설㈜이 시공을 맡아 내년 8월 완공 후 9월 입주 예정이었다. 지난해 7월 착공에 들어갔지만 시공사가 자금난을 겪으며 하청 업체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해 올여름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달 말 기준 이 현장의 공정률은 30.51%로 계획 공정률 57.74%를 크게 밑돈다.
문제는 이처럼 보증 사고 위기에 놓인 사업장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HUG에 따르면 시공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거나 부도 처리된 사업장만 10여 곳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통상 시공사의 문제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시행사나 조합은 서둘러 승계 시공사를 구하고 남은 공사를 진행해 보증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시공사가 승계 시공을 꺼리는 탓에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공사비를 요구한다는 점으로, 지금처럼 공사비 자체가 급등한 상황에서 이는 시행사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공사비에 대한 우려로 시공사들이 멀쩡한 사업장을 수주하는 것도 꺼리는 상황”이라며 “굳이 어떤 문제가 숨어 있을지 모를 승계 시공을 하겠다는 곳을 찾는 것은 평소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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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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