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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팩 한국 지사장 "멸균팩 '재활용 어려움 표기' 결정, 놀라운 일" [지구용]

지구용과 인터뷰 중인 알레한드로 카발 테트라팩 코리아 지사장. /사진=테트라팩




플라스틱 보다 종이 용기를 사용하려는 회사들이 늘면서 요즘 멸균팩 사용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일반적인 종이팩(ex. 우유팩)과 멸균팩의 차이점은 내부에 공기 차단을 위한 알루미늄 막이 한 겹 더 있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일반 우유팩과 별도로 수거해 처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재활용만 된다면 훌륭한 자원으로 변신할 수 있어요.

그런데 멸균팩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 때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어요. 환경부가 내년부터 멸균팩에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 환경부 측은 “지난 수년간 생산 기업들이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예 기간을 줬지만 별로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으로 관련 업계와 논의 테이블을 마련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환경 단체와 많은 시민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어요. '재활용 어려움'이란 표기가 '딱'하고 박혀있으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멸균팩 재활용률이 더 떨어질 거라는 우려죠.

앞으로 멸균팩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도 되고,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진 지구용은 이 분을 찾아갔어요. 세계 최초로 멸균팩을 개발한 멸균팩의 근본 회사, 테트라팩의 한국 지사장 알레한드로 카발님(사진)이에요.

"멸균팩 재활용 어려움 표기, 한국 사회 전반에 부정적 변화"


테트라팩의 멸균팩 제품. /사진=테트라팩


지난달 29일 서울시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테트라팩 주최로 '한국+스웨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포럼'이 열렸어요. 이 포럼에 앞서 카발 지사장님과 지구용의 인터뷰가 진행됐습니다.

에디터의 첫 질문은 앞서 말씀드린 멸균팩 '재활용 어려움' 표기에 관한 것이었어요. 카발 지사장님은 "놀라운 일이었다"고 입을 뗐어요. 지사장님은 "표기가 변경되는 것은 한국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자원이 회수되고 재활용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멸균팩을 재활용 할 수 있는 충분한 처리 능력과 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회수가 되지 않는다면 재활용 자체가 불가하다"며 깊은 아쉬움을 표했어요.

이렇듯 제도의 미비로 인해 국내 종이팩 재활용률은 13%에 불과해요. 다른 나라들은 어떠냐구요? 유럽의 멸균팩 재활용 목표는 70%. 서유럽은 거의 이를 초과해 달성하고 있고 스페인은 80% 이상, 벨기에는 무려 99.4%에 이른다고 해요. 심지어 이렇게 재활용률이 높은 나라들은 우리나라처럼 재활용이 복잡하지도 않아요. 카발 지사장님은 "이탈리아나 스웨덴의 경우 종이팩, 파지, 신문, 잡지 등을 모두 종이류로 수거한다. 회수업체에서 자동 선별기를 통해 분류 후 재활용한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캔과 종이팩, 플라스틱 등 소재와 상관없이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한 번에 수거한다. 역시 회수 업체에서 자동 선별기로 고속 선별해 재활용 한다"고 설명했어요.

기업이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사탕수수로 만든 식물성 폴리머 캡을 적용한 테트라팩 제품. /제공=테트라팩


그래서 일단은 기업들이 힘을 모아 멸균팩 재활용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라는데요. 카발 지사장님은 "업계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회수율과 재활용률을 지금보다 2~3배 늘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시 정부, 리테일숍,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회원사들과 협약을 추진 중"이라고 하셨어요. 아울러 "멸균팩을 갈아서 뭉치면 건축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한국엔 아직 들어와있지 않은 기술인데, 이 기술에 대해 투자하려고 한다"고 덧붙였어요.

멸균팩 자체의 재활용 뿐만 아니라 멸균팩에 달려있는 플라스틱 캡과 팩 내부의 알루미늄과 폴리머 막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래요. 지사장님은 "제품의 100%를 재생 가능한 원료와 재활용 원료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우선 2030년까지 한국에서는 화석연료 기반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소개했어요.



이미 사탕수수로 만든 식물성 폴리머 캡을 적용한 제품이 국내에서 올해 7000만 개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며, 비율로는 전체 제품의 20%를 차지할 거라고. 글로벌로 넓혀보면 식물성 소재 사용은 더욱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2019년 13억 개였던 식물 폴리머 패키지징 제품은 2022년 88억 개로 570% 성장했어요.

나무를 베어야 하는 종이, 과연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을까


/사진=지구용


종이 제품을 만드는 회사 사장님을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 있어요. 사실 종이도 환경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건 아니에요.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베어내야 하고, 나무를 옮기고 가공하는데도 탄소가 배출돼죠. 이런 부분을 고려해도 정말 종이팩이 친환경적일까요?

카발 지사장님은 "플라스틱의 원료인 화석연료로 유한한 자원을 고갈시키는 것이다. 반면 나무는 수확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나무를 베지만 다시 심어서 숲을 복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핀란드는 1920년 대비 숲이 70% 늘었다. 스웨덴도 50% 증가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벌목 후에 나무를 심지 않고 다른 작물을 심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어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의 벌목 제품을 피하려면 FSC인증을 받은 제품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고 덧붙였죠.

또한 "식품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포장재를 선택하다 보면 종이화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음료 위주지만 앞으로는 캔에 포장돼 판매되는 반려 동물 사료나 김치, 쌈장 같은 식품도 종이팩 제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날 인터뷰 TMI 하나. 에디터가 첫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카발 지사장님이 먼저 한 이야기가 있어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제로웨이스트 사회로의 전환이 최우선 목표라는 점이다. 회수·재활용 시스템만 잘 만들어선 안된다. 제로웨이스트 사회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렇게 엄청 엄청 강조하시더라고요. 플라스틱보다는 종이가 낫지만 종이 역시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는 게 최고라는 사실, 우리 용사님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한 번 더 강조하며 오늘의 레터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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