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에서는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타이탄’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이번에는 ‘엔셀라두스(Enceladus)’를 탐구해보기로 합니다. 엔셀라두스는 ‘엔켈라두스’라고 발음하기도 하는데 이 기사에서는 엔셀라두스로 합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토성의 달(위성)은 145개로 태양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토성의 위성들 중 타이탄과 엔셀라두스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천문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얼음으로 덮여 있는 엔셀라두스는 매우 추운 곳인데 평균온도는 영하 198도, 최고온도는 영하 128도, 최저온도는 영하 240도에 달합니다. 엔셀라두스의 얼음표면 아래에는 바다가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을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위성은 지름이 504km밖에 되지 않는 매우 작은 위성으로 영국보다도 작은 크기입니다. 토성에서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의 1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1789년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에 의해 발견된 엔셀라두스는 토성의 많은 위성 중 특징 없는 평범한 위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발견 초기에는 딱히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5년부터 천문학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엔셀라두스 표면에서 무엇인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발견했는데 과학자들은 이게 물줄기(수증기)임을 확인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생명체 탄생·존재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물이 엔셀라두스에도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죠.
엔셀라두스는 물이 표면으로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생명체 존재를 확인하는 데 최적의 환경인 것입니다. 2005년 이후 엔셀라두스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게 확인됐습니다.
지난 6월에는 엔셀라두스에서 생명체 구성 필수 물질 중 하나인 인(phosphorus)이 고농도 인산염(phosphates) 형태로 들어 있는 것이 밝혀져 과학계가 더욱 주목하고 있습니다.
당시 독일 베를린자유대의 프랑크 포스트베르크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토성탐사선 카시니호의 관측데이터를 분석 결과 엔셀라두스 바다에서 분출되는 얼음 알갱이의 인산염 농도가 지구 바다보다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인산염 형태의 인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필수 물질로 DNA와 RNA는 물론 에너지 운반 물질, 세포벽, 뼈와 치아 등을 구성합니다.
포스트베르크 박사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토성 주변을 비행하며 탐사 활동을 한 카시니호에 탑재된 우주먼지 분석기(CDA)가 엔셀라두스의 얼음 표면 균열에서 분출되는 얼음 알갱이와 수증기를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염분이 풍부한 얼음 알갱이에는 인산나트륨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실험실에서 실시한 유사 환경 모델 실험에서도 엔셀라두스의 바다에 인이 인산염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동연구자인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의 클리스토퍼 글라인 박사는 “2020년 지구화학 모델 실험 결과 엔셀라두스 바다에 인이 많을 것으로 추정됐다”며 “이번에 뿜어져 나오는 얼음 알갱이에서 풍부한 인을 실제로 발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엔셀라두스 바닷물의 인산염 농도는 지구 바다보다 최소 100배 이상 높았다”면서 “모델실험에서 예측된 인산염 증거가 실제 발견된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며 우주생물학과 지구 밖 생명체 찾기에서 중요한 진전이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동안 태양계 천체 연구에서는 얼음 표면 아래에 바다가 있는 곳이 다수 확인됐습니다. 목성의 달 유로파와 토성의 달 타이탄과 엔셀라두스, 명왕성 등이 이에 속하며 과학자들은 얼음 아래 액체 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주목해왔습니다.
미국은 엔셀라두스에 무인 탐사선을 보내 그곳의 환경과 생명체 존재 여부를 직접 확인할 계획입니다.
지난 5월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EELS(Exobiology Extant Life Surveyor)’라고 불리는 로봇을 공개했는데 바로 엔셀라두스 탐사에 투입될 로봇입니다. EESL는 ‘우주생물학 현존 생명체 감독관’이라는 뜻입니다.
이 로봇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겉모습입니다. 로봇은 모두 10개의 짧은 막대가 관절을 통해 기차처럼 일자로 연결된 몸통을 지녔고, 길이는 4m, 중량은 100㎏에 달합니다. 길쭉한 모습을 하고 있어 ‘뱀 로봇’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로봇은 엔셀라두스 지상의 장애물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지하 바다까지 들어가 탐사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엔셀라두스에는 바다에서 솟아오른 수증기가 얼음 지각 밖으로 분출하는 간헐천이 있는데 로봇은 이곳을 진입구 삼아 바다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 로봇은 지구에서 원격조종하지 않고 자율운행을 하는데 그 이유는 먼 거리 때문입니다. 지구와 엔셀라두스의 거리는 약 12억km로 지구의 관제소가 전파를 쏴 작업 지시를 하고, 지시 내용을 이행했는지 보고받으려면 짧아도 총 2시간이 걸립니다.
로봇은 엔셀라두스에서 지구의 지시 없이 스스로 이동 방향을 정하고 장애물 등 난관을 만나면 알아서 해결합니다.
나사가 당장 로봇을 엔셀라두스로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시제품이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눈과 얼음이 쌓인 산과 들판에서 여러 가지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연구진은 내년까지 로봇의 운동(이동)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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